<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어려울 때일수록.. 골프장과 골퍼 '의리' 중요해요

기자 2021. 4. 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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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한결 약해지고 새소리가 가벼운 공기를 타고 청아하게 창공에서 울려 퍼진다.

이 좋은 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많은 사람이 골프장으로 간다.

그러자 이 나른한 봄날에 많은 골프장이 그린피 등 각종 이용료를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

"주변 골프장과 타 골프장에 비해 5만 원 정도로 저렴하니 몇만 원 인상하자"는 직원들에게, 이 골프장의 오너는 "이럴 때일수록 골퍼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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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우기 : 골프는 비우기 위한 운동이다. 잘해보려는 과도한 마음에 드라이버든 퍼터든 힘이 들어가면 공은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간다. 2021년 작. 김영화 골프전문 화가

바람이 한결 약해지고 새소리가 가벼운 공기를 타고 청아하게 창공에서 울려 퍼진다. 이 좋은 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많은 사람이 골프장으로 간다. 오색 찬연한 꽃들이 앞다퉈 골프장 코스와 먼 산에서 피어나고 있다. 골프 라운드는 즐거움을, 봄 향연은 행복을 준다. 10년 전 끝난 줄 알았던 평일 예약을 돈 주고 사는 그런 세상이 또 왔다. 그러자 이 나른한 봄날에 많은 골프장이 그린피 등 각종 이용료를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 자본주의에선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인상되고 인하된다. 그런데 상도덕이 있고,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그 어렵고 힘들 때 머리를 조아리며 ‘황제처럼 모시겠다’던 맹약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2007년 인디 뮤지션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유나이티드 항공기를 이용했다. 그런데 자신의 기타를 함부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았다. 기타 목 부분이 부러져 그는 승무원에게 항의하고 항공사에 보상을 요청했지만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화가 나서 ‘유나이티드는 내 기타를 깨부수고 있네(United Breaks Guitars)’라는 노래를 유튜브에 올렸다. 비난이 쏟아졌고 주가가 하락했다. 항공사는 그제야 그에게 찾아와 사과하고, 망가진 기타를 보상했다.

성난 골퍼들도 불매운동을 할 수 있다. 불황으로 치닫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이들의 ‘충성도’를 기대할 것인가. 우린 이미 외환위기 사태와 금융위기 사태로 골프장에 내장객이 급감하는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공자는 불이과(不貳過)라며 “같은 실수를 2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이과를 지키지 못하면 약자에 대한 실수와 잘못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주에 위치한 센테리움컨트리클럽 오너는 직원들이 이 기회에 그린피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오히려 호통을 쳤다고 한다. “주변 골프장과 타 골프장에 비해 5만 원 정도로 저렴하니 몇만 원 인상하자”는 직원들에게, 이 골프장의 오너는 “이럴 때일수록 골퍼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원밸리컨트리클럽은 매년 자선그린콘서트를 개최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했고, ‘자선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최등규 회장은 선뜻 5000만 원을 내놓았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취소될 가능성이 커지자 자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산베아채CC는 코스의 아름다운 봄 풍경을 담아 전달하고 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골프장 내부는 물론 마을과 해변을 청소하고 있다. 이런 골프장들도 있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욕심을 채울 때가 아니라 비울 때 열린다”고 말했다. 호황이 아닌 정말 어려움이 닥치는 시기가 왔을 때 많은 골퍼의 마음과 발길은 어디로 향할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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