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나도 타인도 하나뿐인 존엄한 존재.. '개인주의'가 휴머니즘이다

오남석 기자 2021. 4. 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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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현자 소크라테스, 중세의 어둠 속에서 종교개혁의 기치를 든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 우주관의 전환을 불러온 코페르니쿠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신념이나 진실을 좇기 위해 삶의 기반이던 공동체와의 불화, 심지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철학자 박상용은 새 책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에서 "근대문명의 중핵(core)은 바로 개인"이라며 인류 문명사 중대 전환의 출발점은 전체 중 일부가 아닌 독립된 존재로서의 개인의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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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 박상용 지음 | 추수밭

고대 그리스의 현자 소크라테스, 중세의 어둠 속에서 종교개혁의 기치를 든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 우주관의 전환을 불러온 코페르니쿠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신념이나 진실을 좇기 위해 삶의 기반이던 공동체와의 불화, 심지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사고를 무기로 자신이 속한 ‘작은 세계’를 넘어 인류 보편의 ‘큰 세계’를 지향했던 이들의 발자취는 근대문명 탄생의 자양분이 됐다.

사회철학자 박상용은 새 책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에서 “근대문명의 중핵(core)은 바로 개인”이라며 인류 문명사 중대 전환의 출발점은 전체 중 일부가 아닌 독립된 존재로서의 개인의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처럼 시대를 앞서갔던 ‘개인’들의 운명이 그랬듯, 이런 전환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바보’라는 뜻의 영단어 ‘이디어트(idiot)’가 ‘개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이디오테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동체의 질서를 거스르는 개인은 바보 취급당하며 탄압받을 것을 각오해야 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기주의(egoism)는 에고(ego), 즉 자기만을 위한 삶의 태도나 행동 방식을 의미한다. 반면 더 이상 ‘나눌 수 있는(dividual)’ 것이 ‘없는(in)’ 상태를 뜻하는 개인(individual)에서 파생된 개인주의(individualism)는 상호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나는 물론 타인도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엄한 존재인 까닭이다. 개인주의는 필연적으로 휴머니즘과 연결되는 것이다.

저자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의 사례를 통해 개인주의의 참모습을 설명한다. 지로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비행기를 만들었지만, 그의 제로센(零戰) 전투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살상도구가 됐다.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개인 지로의 꿈이었지만, 그 결과를 고민하지 않고 “시대의 파고에 맹목적으로 휩쓸리는 것”은 인류 보편의 이익을 추구하는 휴머니즘으로서의 개인주의에 배치된다.

저자는 ‘개인주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시대에 실제로는 시장만능주의와 승자독식 구조 속에 개인의 존재가 외면받고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참다운 나’ ‘인간다운 나’로 살기 위한 모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외부적 결정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는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260쪽, 1만5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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