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전정희 작가의 '두메꽃'외 신간다이제스트
▶두메꽃(전정희 지음, 천우)=2020년 세계문학상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전정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전작 ‘하얀 민들레’에서 춘천의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는 이번작품에선 빠르게 돌아가고 변하는 세상에서 더딘 아날로그 사랑을 그려낸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은 도윤은 첫사랑 수아와의 추억,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유년 시절, 도윤은 삼척 고향집 느티나무 아래 바위틈을 뚫고 나온 제비꽃을 넋놓고 바라보던 수아를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 책을 좋아하는 수아를 따라 독서광이 되고, 소설가, 선생님 등 꿈도 따라가지만 무엇보다 수아의 친구, 애인이 되고 싶다. 그런 수아가 이사를 가면서 멀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둘은 다시 만나 제비꽃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새로운 출발을 약속한다. 작가는 “요즘 사람들은 지그시 참고 기다리는데 참 서투르다. 그래서 이 글의 주인공들이 더 바보 같고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며,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은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이 통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유튜브 ‘감성여행 쉼’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섬세하고 톡톡 튀는 감성을 담아 젊은 연인의 사랑을 가슴 설레는 보랏빛 연한 빛깔로 채색했다.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잉그리트 폰 욀하펜 지음,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국가· 인종주의 의 광기의 시대, 실험대상이 된 한 독일여성의 회고록. 1942년 8월 나치가 점령한 유고슬라비아 첼예라는 도시에서, 부모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아이에 대한 인종검사가 이뤄진다. 흰 피부와 파란 눈, 금발 등 순수 아리안 혈통의 신체적 특징을 가진 아이들은 ‘히틀러에게 바칠 아이’가 돼 독일로 보내진다. 그리고 친위대원이나 정치적·인종적 심사를 통과한 독일인 가정에서 양육된다. 생후 9개월 된 에리카 마트코 역시 나치에 의해 ‘레벤스보론의 아이’가 돼 잉그리트 폰 욀하펜이라는 독일인으로 자란다. 전후 독일에서 성장한 잉그리트는 열 살 무렵, 자신이 위탁아동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가족 누구도 그 얘길 꺼내지 않으려 한다. 궁금증을 품은 채 물리치료사로 오랜 세월 장애 아동을 돕는 일을 하던 그에게 1999년 독일 적십자사로부터 친부모를 찾고 싶냐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의 나이 예순 살이었다. 잉그리트틑 잃어버린 자신의 삶과 뿌리를 찾아가는 고통스런 여정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과거에서 무얼 발견하게 될지 두려워 문제를 회피했다고 고백하며, 레벤스보론의 다른 아이들을 만나 어렵게 실타래를 풀어간다. 당시만 해도 이 비밀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라 장애가 많았고 포기하기를 번번이 해야 했다. 저자는 현재 세상은 민족이나 지역, 종교 간 적대감으로 분열되고 민족주의가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며,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캐스 R.선스타인 지음,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넛지’의 공동저자로 잘알려진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이번엔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힘에 주목했다. 사회규범은 한 순간에 변화한다. 10년 전만 해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성희롱이 지금은 범죄가 됐다. 누군가의 고백을 시작으로 확산된 미투운동은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을 형성, 사회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선스타인은 이 과정에서 ‘규범 선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규범 선도자는 민간 및 공공 분야에서 기존 규범에 반대하고 규범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마음속으로는 반대하지만 행동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자극, 문제를 공론화해 숨은지지자들을 이끌어낸다. 이들은 입법을 하고 법안을 설계하기도 한다. 법적 표현은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법이 제정되면 목표가 완성된다. 그러나 초기 대중의 반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임계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들에게만 닿는다면 저항은 실패로 돌아가고 규범은 바뀌지 않는다. 책은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혼란의 이면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와 거대한 사회변화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면밀히 살핀다. 넛지의 활용과 한계, 올바른 사회적 판단을 위해 경계해야 할 것과 대안 도 제시한다. 특정 가치를 지지하기보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행동과학의 입장에서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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