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민심 돌아선 부동산정책, 해법은 있다

2021. 4. 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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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막막
집값 상승 요인, 수요 공급 측면 살펴야
문재인 정부, 투기적 수요 혐오가 패착
부동산 시장은 가수요 시장에 의해 결정
가수요에 부응하는 좋은 주택 공급 필요
이명박 정부, 보금자리 주택, 평가할 만
부산, 대구, 광주 대도시중심 혁신도시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큰 방향은 옳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효과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옳다고 표현한 것이다. 옳지만 효과를 낼 수는 없다.실수요 시장에서는 옳을지 몰라도 가수요 시장에서는 틀린 정책이기에 그렇다.”(‘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것인가’에서) 연합뉴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LH공사 투기사건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민심이 뿔났다.

정부는 25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과오는 인정하지 않고, 공공 위주 공급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LH공사 투기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 한다. 반면 야당은 야당대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LH공사의 투기 근절을 위해 공급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상현 명지대 교수는 저서 ‘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것인가’(한울)에서 정치적 프레임이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본다. 즉 양쪽이 개미지옥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부동산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집값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제를 이해관계나 정치적 프레임을 떠나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풀어간다.

먼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하나하나 따져나간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초기부터 수요억제 정책을 고수해왔다. 집값 상승을 투기적 수요로 보고 각종 규제와 법으로 억제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그럼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주택 공급으로 선회했다.

저자는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반대한다. 지금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시장은 주택 보유자이면서 주택 추가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의 시장, 가수요 시장이라고 본다. 정부가 지금 보다 두 배 더 물량을 공급한다하더라도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고집하는 실수요자, 무주택자 중심의 주택 공급은 방향은 맞지만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부동산 시장은 사실 실수요 시장이 아닌 가수요 시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엄연히 존재하는 가수요 시장을 애써 무시한 데 있다. 집값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계층으로 이들은 이미 자가를 보유하고 노동소득과 자산소득, 자산가치 상승으로 부를 늘려간다.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주택보급률보다 자가보유율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도 자가보유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공급물량이 다주택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을 까?

무엇보다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수요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실수요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은 가수요 입장에선 투자가치가 떨어진다. 그동안 수많은 규제 중심 수요 억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은 것은 가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답은 가수요에 부응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수요에 부응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는 혐오증과 공포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가수요자가 가져가는 불로소득을 용인할수 없다는 혐오와 가수요에 부응할 경우 집값 폭등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공포다.

저자는 따지고 보면 불로소득 아닌 게 없다며, 혐오증과 공포증을 다소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투기적 가수요를 일정부분 만족시키는, 즉 일정 정도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양질의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수요가 발생한 뒤 따라가는 공급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과 같다는 것. 따라서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을 평가한다.

실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얼마나 많든 도심 인근에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켰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도심에 양질의 좋은 아파트를 공급하는 가장 좋은 대안은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의 전체 용적률을 영등포구 수준으로 높이면 지금보다 1.5배, 서울안에 195만채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여기에 준공업지역과 준상업지역을 이용, 주택을 공급하면 300만채 가까이 공급할 수 있다. 서울에 1800만명 까지 수용이 가능하단 계산이다.

투기적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계획을 세밀하고 견고하게 세우는 것만으로도 집값 상승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된다는 얘기다. 너도 나도 투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혁신도시가 실패한 이유도 짚어나가면서, 서울의 과밀문제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의 대안으로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기존 대도시를 기반으로 혁신도시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팽창형 거대 도시의 미래도 전망한다.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그 필요성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 19 재택 근무가 가능해지면 탈뉴욕 현상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은 해결책이 없어보이는 집값 상승,내집 마련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진영 논리가 아닌 합리적 해결방안을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것인가/이상현 지음/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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