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인터넷 구축 추진하는 미국, 한국 달 궤도선 우주인터넷 기술에 '눈독'

조승한 기자 2021. 4. 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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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장비 시험에 참여 요청..자국 우주통신망과 연결 '루나넷' 구상에 포함
미래 우주 통신기술로 한국에서도 내년 달 궤도선을 통해 시연 예정인 '지연 내성 네트워크(DTN)'의 설명도다. DTN은 우주 내 탐사선들을 서로 연결해 중계망 형태로 사용함으로써 언제나 신호 연결이 가능하게 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내년 8월 발사되는 한국형 달 궤도선에 실릴 우주인터넷 장비에 대한 테스트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참여한 가운데 이르면 올해 9월 진행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장비는 우주 탐사선과 인공위성 등을 서로 연결해 우주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시험을 통해 기술 검증에 성공하면 향후 우주 통신 표준으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은 6일 “NASA가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운영하는 심우주 통신망(DSN)과 내년에 발사될 한국 달 궤도선에 실릴 우주인터넷 장비를 연결하는 통신 시험을 진행할 것을 제안해왔다"며 "이달 말까지 이를 연결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9월쯤 통신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달 궤도선은 달 표면 관측 카메라 등 탑재체를 이용한 달 표면 지도 제작을 포함해 다양한 과학 임무를 띠고 내년 8월 발사된다. 달 궤도선에는 탑재체 6기가 실려 있는데 이중 ETRI가 개발한 우주인터넷 장비는 우주인터넷을 구현할 ‘지연 내성 네트워크(DTN)’을 시연하는 장비다. DTN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중계 부분인 ‘노드’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가 다른 노드와 연결되면 저장했던 데이터를 다시 전송해주는 통신 기술이다. 일부 구간에서 통신이 끊겨도 데이터를 중간에 저장했다가 연결이 회복되면 다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게 ETRI가 개발한 우주인터넷 장비의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환경이 다른 우주에서는 지구와 다른 인터넷 기술을 쓴다. 지구에서는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를 타고 전송지점에서 수신지점까지 끊김 없이 어느 시간대나 연결된다. 반면 우주에서는 지구를 바라볼 때만 전파를 지구로 직접 전송할 수 있어 하루에 연결되는 시간에 제한이 있다. 전파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중간에 끊길 위험이 있는 것도 문제다. 화성에서 지구로 전파를 빛의 속도로 전송하는 데 최소 5분 이상 걸리는데 현재 우주 통신체계에서는 중간에 데이터 전송이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전송해야 한다.

우주인터넷은 여러 대 탐사선과 위성 등을 지구의 중계기처럼 쓴다. 우주 탐사선들을 노드로 이용하면 지구의 인터넷처럼 신호를 끊이지 않고 전송하면서 활용 폭이 넓어진다. 전송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일도 줄어든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도 우주인터넷용 DTN 표준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노드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인터넷망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 우주로 진출한 탐사선과 신호를 원활하게 주고받으면 안정적인 탐사가 가능하진다. 

이 실장은 “현재 방식은 지상에 설치한 안테나가 달 탐사선을 언제 바라볼지 계산해뒀다가 달 탐사선이 나타날 때만 신호를 주고 받는다”며 “DTN 기술을 우주에 적용하고 탐사선과 착륙선이 늘어나면 교신 일정을 일일이 관리할 필요가 없고 통신 노드만 연결해 바로 신호를 주고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국가는 시험 단계의 DTN 기술을 확보했다. NASA는 2008년 지구로부터 3200만 km 떨어진 딥 임팩트 탐사선을 이용해 DTN 전송시험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지구와 DTN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도 2012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이 DTN 프로토콜을 이용해 유럽우주관제센터 내 레고 로봇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DTN 기술은 우주에서 검증이 부족해 아직 달과 화성 등 심우주탐사에서 본격적으로 이용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  달 궤도선 임무를 통해 우주에서 DTN 기술 가능성을 처음 검증한다. 이미 ETRI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양대에 각각 노드를 설치했다. 올해 NASA와 진행하는 시험에서는 달 궤도선에 실린 우주인터넷 장비가 국내와 미국의 지상국에서 전송한 신호를 받아 DTN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한다.

NASA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도 노드를 설치했다. NASA는 미국과 스페인, 호주에 설치된 안테나로 구성된 심우주 통신망을 DTN 시험에 포함시켜줄 것을 한국 측에 요청했다. NASA는 한국형 달 궤도선과 신호를 주고받는 용도로 심우주 통신망을 제공하는데 DTN 노드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NASA는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과 함께 공개한 달과 지구 사이 중간 기지인 ‘루나 게이트웨이’ 등에 DTN을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어 이번 시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DTN 기술이 개발되면 2030년 달 착륙선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ETRI 보고서 캡처

한국의 달 궤도선이 2023년 1월 달에 도달하면 우주인터넷 장비는 달 궤도에서 문자와 파일, 동영상을 한국 지상국과 심우주 통신망으로 전송하는 시험을 진행한다. 데이터 용량이 작은 메시지로 달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과 반대로 지구에서 달로 신호를 보내는 양방향 통신을 모두 진행할 계획이다. 데이터 용량이 큰 영상은 달 궤도선에서 지구로 송신만 진행한다. 이 실장은 "달에서 지구로 보낼 영상은 의미있는 영상을 담을까도 했는데 저작권 문제가 있다 보니 ETRI가 제작한 DTN 소개 애니메이션 영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인터넷 장비는 달 궤도선 내 다른 탑재체가 얻은 데이터를 지구로 전달하는 데는 쓰이지 않는다.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고장 가능성을 고려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했다. 탑재체를 다른 기관에서 각자 만들다 보니 장비 간 호환도 이뤄지지 않아 데이터를 주고받기도 어렵다. 이 실장은 “탑재체를 별도로 만들다 보니 다른 탑재체의 데이터를 우주인터넷 장비로 전달받는 별도의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ASA는 ESA, 한국 등과 우주 데이터 시스템 자문위원회(CCSDS)를 열고 DNT 표준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DTN이 NASA가 계획중인 달 인터넷 '루나넷'의 기본 통신체계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다수의 달 탐사선과 함께 루나 게이트웨이를 보내면서 이들을 네트워크로 묶는다는 목표다. 달 탐사선이 달에 가려 지구와 직접 통신을 할 수 없는 상황에도 주변의 다른 탐사선 혹은 게이트웨이와 루나넷으로 연결해 끊김 없이 통신이 가능해진다.

DNT 기술이 우주에서 표준 통신으로 정해지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달 탐사선 등 다른 국적의 탐사선끼리도 끊김 없는 통신이 가능해진다. 한국은 2030년 보내기로 예정한 한국형 달 착륙선에도 DTN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달 착륙선과 달 탐사용 로버가 주변에 통신 신호를 보내면 DTN으로 연결된 달 궤도선을 거쳐 지구로 전송할 수 있다. 이 실장은 "달에 보낸 탐사선과 로버, 착륙선이 점차 많아질 텐데 가까운 미래엔 최종 수신지점만 정해주면 지구 인터넷처럼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장비가 이번 시험에서 성공적으로 검증을 마치면 관련 기술이 미국의 루나 게이트웨이에 설치될 가능성도 커진다 . 이 실장은 “매년 진행하는 CCSDS에서 한국이 기술을 발표하면 NASA와 ESA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도 관련 워킹그룹에 참여해 국제 공동 통신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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