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임선혜 "잘 따라하는 앵무새니? 두고 보자 했죠"
"팬텀 팀과 모든 연습시간 함께 해..이방인 아닌 동료로 녹아들어 행복"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 오가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경계 허물어
아시아인 차별 딛고 고(古)음악 정상에.."오기 발동했죠"
"기회 하나하나가 기적..라디오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진행이 꿈"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임선혜(45)는 지난달 17일 개막한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 다에'를 연기하고 있다. 2015년 초연에 참여한 후 올해 세 번째다. 초연 당시,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활약하는 임선혜가 뮤지컬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화제가 됐다. "연출가가, 저를 설득할테니 자기한테 2시간만 달라고 했어요. 2시간 후 '팬텀'에 도전해보겠다고 했죠. 저한테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으니까요. 전 누군가 저를 믿어주면 그 마음이 고마워서 온 힘을 다해요."
크리스틴은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닌 '팬텀'에게 비밀 레슨을 받으며 파리 오페라 극장의 디바로 성장하는 역할이다. "샹동 백작과는 가슴 설레는 첫사랑, 팬텀과는 성숙한 사랑을 해요. 팬텀의 슬픈 가족사를 알고 난후 연민이 싹트면서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죠. 팬텀의 흉측한 얼굴을 보고 도망가기도 하지만 다시 사랑한다고 고백해요.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시골에서 올라온 크리스틴은 파리의 거리에서 악보를 팔다가 샹동 백작의 눈에 띄고, 팬텀의 도움으로 파리 오페라 극장의 프리마돈나로 우뚝 선다. 실제 자신의 음악인생이 크리스틴의 삶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감정이입이 쉽고 역할에 더욱 몰입한다. "1999년 12월이었어요. 독일 유학 시절, 거장 필립 헤레베헤의 요청을 받고 대타로 얼떨결에 유럽 클래식 무대에 데뷔했죠. 처음 파리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섰을 때 신기하고 설레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해요. 당시 느낌을 떠올리면서 크리스틴을 연기하니까 재밌어요."
임선혜의 팬텀 출연은 뮤지컬에 도전하려는 클래식 성악가에게 좋은 선례가 됐다. 새로운 관객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이끄는 역할도 했다. "저로 인해 후배들이 새 장르에 도전할 의지를 품고, 단 몇 명의 관객이라도 클래식에 관심을 갖는다면 더할 나위 없죠."
이번 시즌에는 카이, 박은태, 전동석, 규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임선혜는 4인4색이라고 웃었다. "카이는 든든해요. 자기만의 팬텀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었죠. 박은태는 음악성이 좋아요. 마에스트로(거장) 느낌이 물씬 나고요. 전동석은 로맨틱해요. 눈빛 연기가 장난이 아니죠. 규현은 어린 왕자 같은 느낌이에요. 순수한 영혼이 돋보이죠."
임선혜는 팬데믹으로 해외 클래식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5개월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덕분에 '팬텀'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좋다. "팬텀에 세 번째 참여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연습에 동참한 건 처음이에요. 이방인이 아닌 동료로 녹아들 수 있어 행복해요. 동료들과 마음이 통해서 친구가 되면 무대 위에서도 훨씬 자유로워지죠."
이방인의 삶. 임선혜에게는 스무 살 무렵, 혈혈단신 유럽으로 건너간 후부터 극복해야 할 산이었다. "오디션을 통과해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두 번이나 계약 파기를 당했어요." 피나는 노력 끝에 유럽의 자존심인 고(古)음악에서 아시아인으로는 드물게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차별적 시선은 여전했다.
"너는 여기서 나고 자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따라하는 앵무새 같을까? 라고 얘기하는 동료도 있었죠." 그때마다 오기가 발동했다. "두고 보자 했죠. 하하" 어느덧 데뷔 22주년차. 오랜 세월 음악과 함께 하며 깨달은 점도 있다. "옛날엔 제가 잘난 줄 았았는데, 지금은 저한테 왔던 기회 하나하나가 기적었구나 싶어요."
임선혜의 도전은 끝이 없다. 최근 테너 존 노와 동요앨범 '고향의 봄'을 낸 그는 자전적 에세이 출간도 고민하고 있다. "평소 읽고 쓰는 걸 좋아해요. 2019년 12월에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어요. 길을 걸으면서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죠. 그때 찍은 사진과 평소 메모한 글을 묶으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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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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