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불화(佛畵), 어떻게 되살렸을까?
[앵커]
300년 세월을 거치는 동안 벌레 먹고 갈라지는 등 상처투성이로 변한 18세기 불교 그림 두 점이 1년에 걸친 보존 처리 끝에 옛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손상이 워낙 심해서 벽에 걸지도 못할 정도였다는데, 어떻게 되살려 냈을까요?
안다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18세기 초에 그려진 송광사 오십삼불도.
53명의 부처를 묘사한 그림 7점 가운데 '칠불도'입니다.
당시 그림 그리는 승려로 유명했던 의겸스님이 주도하고, 송광사 승려들이 대거 참여해 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8세기 불화의 제작 특징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인 이 유물.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처투성이였습니다.
1970년대에 엉터리로 보수해 안료는 잘못 칠해졌고, 앞뒤로 붙인 합판에서 유해가스가 나와 손상을 가속한 겁니다.
보존 처리 끝에 마구잡이로 덧댄 직물과 안료를 벗겨내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박지선/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 : "똑같은 재질을 찾는 데 굉장히 애를 썼고요. 그런 다음에 한 올 한 올 없어진 부분을 메워내는 데도, 메움 작업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부처의 법도를 따르는 신들을 형상화한 18세기 말 불교 그림 '제석천룡도'는 상처가 더 깊었습니다.
곳곳이 꺾이고 갈라져 조각과 안료들이 떨어져 나갔고, 인물들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박지선/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 : "족자임에도 불구하고 걸 수가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했습니다. 제가 40년 동안 보존 처리했는데 본 중에 가장 심한 그림이었어요."]
하지만 보존 과정을 거치면서 정교한 선으로 표현된 얼굴과 금속 장식이 또렷하게 되살아났습니다.
문화재로 지정이 안 돼 있어 관심 밖에 놓인 채 소외돼 온 유물들입니다.
[탄탄스님/불교중앙박물관 관장 : "모두 국보나 보물에 준하는 높은 가치가 있음에도 당시 보존 상태는 매우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멸실 직전의 모진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세심한 복원 작업을 통해 옛 모습을 되찾은 조선 불화 두 점은 이제 원래의 자리, 송광사와 쌍계사로 돌아갑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영상편집:김근환/화면제공: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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