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장 "아시아계 범죄, 대부분 백인..인종갈등 아닌 차별"
"코로나 차별로 아시아계 미국인 지쳤다..트럼프 부추켜"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흑인계 미국인들의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 사건들에 대해 "아시아계 혐오 범죄 대부분은 흑인계 미국인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8일 뉴스1과 영상인터뷰에서 "아시아계 혐오 범죄를 단순하게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 집단을 공격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LA 한인회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안 회장(41)은 지난해부터 최연소이자 첫 2세 한인회장으로 LA 한인회를 이끌어왔다.
지난달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아시아계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사건이 발생해 '아시안 혐오범죄' 관련된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흑인계 미국인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선 흑인들이 되레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 회장은 "언론에서 아시아계와 흑인 간의 갈등 모습들을 부각하려고 하고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며 "사실은 흑인들로부터 당하는 범죄보다 백인들로부터 당하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 숫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아시안 혐오 범죄'의 원인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번지게 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허용한 것"이라며 "쿵푸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라고 말하면서 다른이들에게 인종차별을 해도 된다고 허용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지역사회에서 아시안 혐오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인종단체들과도 연대해 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LA한인회는 애틀랜타 총격사건 이후 곧바로 다른 아시아계 단체들과 함께 혐오범죄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 지난달 27일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시안 혐오 근절을 위해 애쓰고 있다.
다음은 안 회장과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현재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아시아계 혐오가 미국의 큰 이슈가 됐다. 어떻게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건지 그리고 현재 미국 현지 상황을 좀 듣고 싶다.
그동안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피해를 당하더라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참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차별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지친 것 같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두고 쿵푸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라고 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을 저렇게 무례하게 대해도 된다고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과 같은 인종차별 발언과 함께 많은 사건이 있었다.
결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서 6명이 아시아계 미국인이었고 그 중 4명이 한국계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뿐 아니었다. 지난해 동안 미국 전역에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화가 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LA에서 아시안 혐오 근절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우리는 500명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론 2000명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모였다.
현재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더는 못참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사람들은 충분히 이에 질렸고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심정인 것 같다.
-어떻게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다른 총격사건과는 다르게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해당하는 건지 궁금하다.
가해자는 아시아계 밀집지역인 사업체들에 들어가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목표로 삼았다. 이전에는 총격 사건에 아시아계가 특정돼 표적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전 총격사건과는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지역 경찰들이 이를 증오 범죄로 생각하지 않고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전 세계가 이를 증오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애틀랜타에 있는 수사관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미국 경찰의 안이안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아시안 혐오범죄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지?
지역 경찰과 같은 법 집행관들이 아시안 혐오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LA에서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다.
주위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고를 당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집에 귀가하라고만 한 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내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다.
경찰의 이 같은 안이한 대응을 보고 많은 이들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흑인들이 아시아인들을 폭행하는 영상이 많이 공개됐다. 흑인계 미국인이 아시안계 미국인을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아시안 혐오 범죄) 단순히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 집단을 공격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 흑인계 미국인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 보다 백인들로부터 당한 숫자가 더 많다는 데이터도 있다. 흑인들로 인한 아시안 혐오 범죄는 극히 소수라는 결과도 있다.
언론이 아시아계와 흑인 간의 이런 갈등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만 더 덧붙이고 싶다. 1992년 LA폭동 이후로 흑인계 미국인들과 한국계 미국인들 사이가 굉장히 발전해왔다. 로드니 킹 총격사건으로 일어난 LA폭동은 두 지역사회의 관계를 악화시켰지만,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이 관계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시안 혐오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을까?
지역사회에서의 인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교육뿐 아니라 시민사회를 주축으로 아시아계·한국계 미국인 단체들이 다양한 인종 사회와 단체들에 다가가야 한다.
다른 단체들과 단결을 통해 이런 인종차별은 근절돼야 한다고 알리고 올바른 행동을 통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한인회는 그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활동을 통해서 주 정부와 연방정부 그리고 입법부가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jaewo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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