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m 걸으며 '손수레 배송'.."14일부터 아파트 입구까지만"
[앵커]
서울의 한 아파트가 입주민 안전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고 있다는 소식, 이틀 전 전해드렸는데요.
택배 노동자들이 이런 조치를 '갑질'로 규정하며 이 아파트로 온 택배를 입구까지만 배송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단지 입구에 상자 수천 개가 쌓인 '택배 대란'이 벌어진 아파트.
택배 노동자들은 물건을 손수레에 담아 평균 왕복 1.4km 거리를 수십 차례 오고 갑니다.
[택배 노동자/지난 6일/음성변조 : "어마어마하게 많이 걸어야 해요. 저 어제 2만 보 찍었다니까요."]
견디다 못한 택배 노동자들이 이 아파트 앞에 모여 택배 차량의 지상 통행을 막는 건 '갑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경호/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 "성인 걸음으로 짧게 잡아도 하루 20km를 그냥 걷기도 힘든 거리를 무거운 택배를 손수레에 싣고 걷는 게 지금의 실정입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을 감안할 때 지하 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저상 차량으로 바꾸라는 아파트 측의 주장은 무리한 요구라고도 호소했습니다.
[김진일/택배 노동자 :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로 물건을 싣고 정리하고 내려야 하니 이 과정에서 허리, 무릎 다친 기사도 정말 많습니다."]
택배노조는 이곳처럼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이 막힌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79곳이나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손수레로 옮기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이 아파트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으로 오는 택배는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기로 했습니다.
[윤중현/택배노조 우체국 본부장 :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의 갑질에 맞선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입니다."]
아파트 측은 여전히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다녀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아파트 관리센터 직원/음성변조 : "아이들이 씽씽카(킥보드)나 이런 거 타고 다니다가 앞도 제대로 못 보고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위험성이 많았거든요."]
신축 아파트 단지의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해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높이는 법안이 2019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이곳처럼 법 개정 이전 승인받은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택배 차량 진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김지혜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제보] “매출 있어도 적자인데” 4차 재난지원금 ‘형평성 논란’
- ‘손수레 끄느라 하루 4만보’…택배노동자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송”
- 여론조사로 보니 3월 ‘LH 사태’가 승패 갈랐다
- ‘밤 10시 넘어 몰래 운영’ 노래방 적발…“과태료 최대 3백만 원”
- “3년 기도해서 낳은 아들인데”…비통한 사고 현장
- 의식불명 아내의 호흡기 직접 뗀 남편에 ‘살인죄’
- 매트리스 싸게 사려다 뒤통수…‘웹트리스’ 피해 주의
- ‘35층·재건축 규제 완화’…오세훈표 공약 실현되려면?
- “딸 수혈 도와달라”…화물차 사고 피해자 아버지 요청에 헌혈 줄이어
- “말 조심해요!” 고속도로 뛰어든 말…다행히 경찰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