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쉬고 싶을 때 가기 좋은 봄날의 완주
(전북=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비대면 시대라는 명목 없이도 나홀로 혹은 소수의 인원과 떠나는 여행이 끌릴 때가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 누구의 간섭 없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지 아닐까.
4월 초, 봄에 찾은 전북 완주군은 마치 사색을 위한 여행지 같았다. 봄의 경치 속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구석구석에 있다.
완주는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다. 규모는 전주에 비해 4배나 크다. 넓은 지리적 특성 덕분에 저절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천천히 둘러볼 곳이 많다.
북동남부는 대둔산(878m), 운장산(1126m), 고덕산(603m), 만덕산(762m), 모악산(783m) 등 험준악 산악으로 둘러싸인 노령산맥을 이루고 있다. 대야호를 낀 대아수목원이나 창포마을 등은 청정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남다른 역사를 지닌 데다, 경치도 좋은 종교 명소들도 여럿 있다. 벚꽃길이 유명한 송광사와 백제 시대 건축 흔적이 살아 있는 화암사, 천주교 순교역사를 담은 천호성지, 국내 두 번째 성당인 되재성당 등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다.
올해는 특히 시간을 내어 완주여행을 즐겨볼 만하다. 완주군은 2021, 2022년을 '완주 방문의 해'로 지정해 자연감성과 문화감성, 음식감성 등 3대 감성을 품은 여행 최적지로 완주 관광의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 벚꽃 터널이 안내하는 '송광사'
완주군에서 '봄에 가야할 곳'을 꼽으라면 단연 송광사다. 소양면에서 송광사에 이르는 1.6㎞의 분홍빛 벚꽃 터널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양 벚꽃길에 줄지어 있는 벚나무들은 수령이 40년 이상이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꽃비' 내리듯 흩날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한참 벚꽃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송광사에 다다른다. 송광사는 신라 도의선사가 지었다는 천년 사찰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볼거리는 많다. 사찰 내에서도 꽃구경은 실컷할 수 있다.
노란 수선화가 군락을 이루고 내부 화단엔 작약, 오죽, 상사화, 접시꽃 등이 옹기종기 자리해 한국의 전통적인 정원 같다.
입구에서 대웅전까지 건물이 일자로 서 있는 점도 독특하다. 문화재도 5점이나 있는데, 그중 보물로 지정된 소조삼불좌상은 전각을 가득 메울 정도로 그 크기가 엄청나다. 길이만 5m로 무량사 소조아미미타불상(5.4m) 다음으로 국내서 가장 큰 소조불상이다. 이 불상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 그림 같은 저수지를 따라 찾아간 최초의 한옥 성당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 성당이자, 약현성당 다음으로 두 번째 지어진 성당이 완주에 있다. 굽이굽이 그림 같은 경천저수지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되재성당'이다.
거점 코스라고 할 수 있는 경천저수지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폭 1km, 직선거리로 3~4km나 되는 제법 큰 규모의 저수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 일품이다.
형태가 인삼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이 상류가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으며, 하류 쪽은 들쭉날쭉하게 생겨 굴곡이 심하다. 그 굴곡을 따라 달리면 가까운 갱금마을, 오복마을까지 시원하게 펼쳐지고, 특히 봄에는 저수지 제방아래 벚꽃이 활짝 피어 그 경관의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1895년 세워진 되재성당은 6·25전쟁때 전소된 후 1945년에 공소건물이 자리했다가, 문화재 지정이 되고서야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미사가 행해지진 않지만, 한옥이라는 예스러움과 성당이라는 장소가 가진 분위기에 절로 경건해진다.
성당은 외관만 예스러운 것이 아니다. 유교문화가 짙게 깔려 있다. 예배당은 남녀를 구분하기 위해 정중앙에 칸막이를 놓여 있고, 출입구는 어린이와 중년, 노인, 남녀에 따라 구분돼 있다.
◇ 봄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성지 천호성지는 고요한 숲속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꼭 가야 할 곳이다.
우리나라 천주교 성지로 봄이면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고 편백숲, 로사리오길, 로사리오 연못, 실로암 연못, 품안길, 대숲길 등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이 아름다운 장소가 된 배경엔 아이러니하게도 천주교 핍박이라는 아픔의 역사가 있다.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이 천주교도들을 대량 학살한 병인박해(1866년) 당시 신도들은 산세가 험한 이 지역으로 숨어들었고, 이 험지에 자연을 보호하며 보금자리를 틀었다.
많은 순교자의 무덤이 봉인돼 있어 순교순례지로도 유행하며 성당과 사제관, 성물박물관 등이 있어 해마다 많은 순례자가 찾고 있다.
◇ 편백이 주는 피톤치드 힐링 타임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톤치드가 넘치는 편백숲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편백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와 아토피 등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다.
완주 공기마을엔 거대한 편백숲이 있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여 평)에 10만 그루의 편백을 제 손으로 심어 기른 곳이다. 다른 편백숲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숲은 깜짝 놀랄 만큼 깊다.
숲에 오르면 길이 둘로 갈라지며, 하나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유황편백탕을 지나 통문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편백숲 오솔길을 옆에 두고 걷는 길이다. 어느 방향이든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에서 깊은숨을 마시고 토해내길 반복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일상의 고단함도 모두 사라진다.
이 편백숲은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적과 주인공이 나무 뒤에 숨었다가 공격하기를 반복하며 치열한 사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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