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의 '귀걸이'와 오세훈의 '생태탕'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됐었다.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 5급 일반직 채용에 두 명이 지원해 두 명 모두 합격했는데, 이 중 1명이 준용씨라는 것이다.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장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아래서 행정관을 지낸 권재철씨였다.
2007년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 '채용 방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특혜 채용은 없었다'고 결론이 나왔던 사안이지만, 대선 국면에서 재탕됐다. 해명 과정에서 문 대통령 측이 "20명 정도가 응모해서 채용된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 정정하는 등 '말바꾸기' 논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준용씨의 '귀걸이'가 구설에 올랐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준용씨가 이력서에 첨부한 귀걸이를 한 사진을 문제 삼았는데, 공공기관 채용 이력서에 귀걸이 한 사진을 붙이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이었다. 자기소개서 분량이 불과 12줄이었던 것도 의심의 근거였다.
귀걸이 공세에도 '문재인 대세론'은 꺾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무난하게 대선에서 승리했다. '귀걸이'는 분명 여론의 이목을 끄는 소재였지만 취업 특혜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아니었다. 의혹의 핵심은 문 대통령이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였지만, 이는 전혀 증명되지 않았다.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 '셀프 특혜' 의혹은 여러 면에서 준용씨 의혹과 닮아있다. '대세론'을 달리던 후보 관련 의혹이었고, 국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소재(취업과 부동산)에 관한 것이었다. 후보 측의 말 바꾸기가 문제가 됐으며, 의심 가능한 정황과 증언이 나왔다.
특히 준용씨에게 '귀걸이'가 있었다면, 오세훈 시장에게는 '생태탕'이 있었다. 2005년 오세훈 시장 일가의 내곡동 땅 측량 당일 오 시장을 목격했다는 이들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통해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은 식사를 하러 왔던 오 시장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백바지를 입고 페라가모 신발을 신었었다는 구체적인 묘사까지 했다.
김어준씨는 생태탕집 모자의 증언이 스모킹건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이를 바탕으로 오 시장을 겨냥해 "그 동안의 해명은 거짓이 아닌가. 셀프보상 아닌가"라며 "이 정도면 오 후보가 당시 측량 현장에 갔었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내곡동 땅이 그린벨트 해제되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언론을 향해서는 "이만큼 언론이 검증하지 않았던 선거가 있었던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왜 자신이 했던 만큼 보도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의 언론 탓에 여당 핵심인사들도 줄줄이 비슷한 말을 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고, 김종민 최고위원은 "언론이 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준용씨의 '귀걸이'가 스모킹건이 아니었듯, 오 시장의 '생태탕'도 스모킹건이 될 수는 없다. 애초 내곡동 땅 의혹의 출발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서 개발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오 시장이 2005년 땅의 존재를 알았고, 측량했다는 것은 '말바꾸기'에 해당될지는 모르나 '셀프 특혜'를 증명할 수는 없다. 오 시장을 사퇴시키려면 서울시장 시절 압력을 행사한 증거를 가져와야 했다.
스모킹건 없는 의혹은 국민도 가십으로 받아들인다. '귀걸이'로 '문재인 대세론'이 꺾이지 않았듯, '생태탕'으로 '오세훈 대세론'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 시장과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8.3%포인트였다. 여권이 자신들이 방어했던 '귀걸이'의 기억은 망각한 채 '생태탕'에 매달린 결과다. 국민들은 후보와 정책은 얘기하지 않고 '생태탕'만 앞세운 여당에 표 주기를 거부했다.
역대급 패배에도 자신들의 실수를 돌아보지 않고 언론탓을 하는 여당을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승자'인 국민의힘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다음처럼 말했다. "입법·행정·사법부를 다 장악한 민주당 내에서 오히려 언론이 선거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는 볼멘소리를 한다. 민주당이 '우리가 약자'라고 하면 누가 그걸 납득할 수 있겠나.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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