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희망을 부르던 음악

이정규 2021. 4. 9.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음악은 채찍과 같았다.

1만여 명의 수감자들은 음악을 들으며 하나의 기계처럼 터벅터벅 수용소를 거닐었다.

이경분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음악활동이 이뤄졌던 수용소들을 연구했다.

아우슈비츠, 테레지엔슈타트, 일본의 포로수용소의 문헌을 통해 그는 음악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용소와 음악: 일본 포로수용소, 테레지엔슈타트, 아우슈비츠의 음악
이경분 지음/성균관대출판부·2만5000원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음악은 채찍과 같았다. 행진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지쳐 있던 수감자들의 근육을 잡아당겼다. 북소리는 이들이 똑같은 발걸음으로 수용소 출입소를 드나들게 도왔다. 1만여 명의 수감자들은 음악을 들으며 하나의 기계처럼 터벅터벅 수용소를 거닐었다.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작가 프리모 레비의 회고다.

<수용소와 음악>은 음악이 폭력과 살인을 돕는 수단으로 이용된 현장을 상세하게 연구한 책이다. 이경분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음악활동이 이뤄졌던 수용소들을 연구했다. 아우슈비츠, 테레지엔슈타트, 일본의 포로수용소의 문헌을 통해 그는 음악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안익태가 친일 연주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그는 건조한 문체로 또 다른 진실을 알려준다. 아우슈비츠에서는 시체 타는 냄새를 맡고 비명을 들으며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연주자들이 있었다. 또 다른 수용소 테레지엔슈타트에서는 수용실에서 자유를 꿈꾸는 음악인들이 작곡을 하기도 했다. 유럽 전쟁포로들은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다. 음악은 폭력의 가해자에 봉사했고, 동시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모순적 역할을 했던 셈이다. 지은이는 “음악을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는 단순한 생각은 이 책을 읽은 후 의문으로 바뀔 것”이라며 “음악이라는 매체가 폭력과 살인의 ‘백그라운드 뮤직’이 될 수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용소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유일한 위로이기도 했다. 음악을 들으려고 콘서트를 기다리는 수감자가 있었고, 어느 한 연주자는 금지된 재즈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지은이는 이에 “음악은 생존수단이 될 수 있었고, 동시에 처참한 지옥 바깥에 자유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었다”며 “수용소의 음악은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었다”고 썼다. 음악이 품고 있는 의미를 들여다볼수록, 우리는 인간의 조건도 아울러 탐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음악의 통념을 폭로하며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 모두를 짚어낸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