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받침도 찬 우유도..모든 게 '처음'인 여덟 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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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한 해는 그 글자를 닮았다.
<나는 여덟 살, 학교에 갑니다> 는 여덟 살의 사계절을 따스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나는>
초등교사인 지은이 김해선은 학교라는 세계의 '이방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전지적 1학년 시점'으로 이들의 한해를 그려냈다.
"선생님, 저는 그냥 밥 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콩들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어요!" "그래서 라온이 콩밥이 흰 쌀밥이 된 거구나." 아이의 기발한 변명이 선생님은 마냥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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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급식·받아쓰기·운동회 등 1학년으로 보낸 사계절 담아
나는 여덟 살, 학교에 갑니다
김해선 글·그림/주니어김영사·1만3000원
‘여덟 살’ 한 해는 그 글자를 닮았다. 처음 등장하는 겹받침이 암시하듯, 여덟 살엔 생경하고, 조금은 도전적인 일상이 펼쳐진다. <나는 여덟 살, 학교에 갑니다>는 여덟 살의 사계절을 따스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초등교사인 지은이 김해선은 학교라는 세계의 ‘이방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전지적 1학년 시점’으로 이들의 한해를 그려냈다.
여덟 살엔 ‘처음’투성이다. 차가운 우유 급식도, 가림판을 세워두고 치르는 받아쓰기 시험도, 30일에 이르는 긴 여름방학도, 유치원보다 훨씬 엄격한 편식 교육도. “선생님, 저는 그냥 밥 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콩들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어요!” “그래서 라온이 콩밥이 흰 쌀밥이 된 거구나.” 아이의 기발한 변명이 선생님은 마냥 귀엽다. 우유도 말썽이다. 배 아파서 못 먹겠다, 우유갑을 못 열어서 못 먹겠다는 ‘민원’이 빗발친다.
급식과 우유에 적응할 때면 어느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은 묻는다. “선생님, 여름방학은 짧아요, 길어요?” “엄청 짧을 거야. 분명.” 찰나 같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돌아간 교실은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다. 내 자리는 가물가물하고, 사물함에 둘둘 말아 넣어둔 줄넘기는 꼬불꼬불 파마머리가 됐다. 이때쯤이면 짝꿍 하길 소원하는 친구가 생기고, ‘화장실 메이트’도 정해진다. “하윤아, 발 내밀어 줘.” 화장실 칸 안으로 빼꼼히 들어온 친구의 앞발은 ‘내가 문 앞에 있으니 걱정 말라’는 둘만의 약속이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 열심히 만든 지점토 그릇을 친구가 장난치다가 깨버리자 솔이는 울먹이며 말한다. “나 저거 만드느라 정말 힘들었거든? 내가, 내일은 할머니 집에 가서 학교에 안 와. 그러니까… 월요일에 용서해줄게.”
가을 운동회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어느덧 종업식이다. 아직 아이들은 성적표보다 통지표가 더 궁금하다. “너 몇 반이야?” “힝, 나만 3반이야.”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종업식 날 교실은 울음바다가 된다. “선생님, 우리 안 볼 때 혼자 운다면서요….” 선생님은 마음속으로 말한다. “매년 돌아오는 헤어짐의 시간이 아무래도 무뎌지지 않는 건, 그해 만난 ‘너희들’과는 언제나 ‘첫’ 이별이기 때문인가 봐.” 초등 1∼2학년.
최윤아 기자 ah@hani.co.kr, 그림 주니어김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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