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다"

채민기 기자 2021. 4. 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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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인터뷰

“우리는 인간의 특별함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할까?”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지난달 국내 출간된 신작 ‘클라라와 태양’(민음사)을 통해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작품에는 유전자 편집의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소녀 조시와 인공지능 친구 로봇 클라라가 등장한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조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아는 클라라를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고자 했다는 것이다. 최근 진행한 한국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작품 전체가 이 질문을 다루려는 시도”라고 했다.

작가가 보기에 이 질문은 긴급한 것이다. 이시구로는 SF 장르의 이 작품을 쓰면서도 “허구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 기술에 관심을 갖고 과학자들과 함께 관련 세미나에도 참석했다는 그는 “오늘날 이 분야의 발전은 ‘클라라와 태양’과 비슷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면서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은 원래 동화로 구상했다. 2014년쯤 서점에서 일하던 딸(지금은 소설가가 됐다)에게 스토리를 들려줬더니 “아이들이 읽기엔 너무 슬프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아이들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더 크고 어두운 소설로 발전시킨 이야기가 ‘클라라와 태양’이다. “딸은 전에 들려준 동화가 훨씬 슬프고 불안했고, 이번 책은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라고 합니다. 동화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책에 반영된 것 같아요. 클라라가 세상의 선함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길 바랐습니다.”

이번에 함께 책으로 나온 노벨상 수상 연설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에서 이시구로는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여기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켜보며 맛본 무력감과 충격이 반영돼 있다. 브렉시트를 비판했던 이시구로는 “충격적인 건 실제로 탈퇴에 투표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라고 했다. “여러 친구와도 이야기해 봤지만 탈퇴 투표를 한 사람을 아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절반의 영국 시민들과 그들이 매일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부터 우리를 차단해 버린 것입니다.”

이시구로는 이런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잠시 제쳐두고 장벽을 넘어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며 “문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그런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문화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는 잘 노력해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회 내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대화하는 데 있어서는 그리 잘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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