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4] 좁고 어두운 전쟁 세계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2021. 4.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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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람을 가리킬 때 곧잘 쓰는 말 하나가 인마(人馬)다. 본래는 ‘사람과 말’이라는 뜻으로서 전쟁을 수행하는 ‘병력(兵力)’의 지칭이다. 따라서 인물을 대상으로 이 말을 쓸 경우에는 “어느 편이냐?”를 묻는 뜻이 담긴다.

그악한 다툼, 더 나아가 죽느냐 사느냐를 가르는 전쟁에서 적과 나[敵我], 저쪽과 이쪽[彼我]의 구분은 피할 수 없다. 중국어 ‘인마’에는 그런 전쟁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병법(兵法)의 대가인 손자(孫子)도 일찌감치 그 점을 다뤘다. 상대와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기에 들지 않는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논리다. 전쟁 전문가답게 ‘피아’의 식별이 뚜렷하다.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는 중국 단어는 ‘이기(異己)’다. 나와는 아주 다른 사람이나 집단이다. 싸움 끝에 피를 부를 수도 있는 상대다. 그래서 뜻과 이해(利害)를 함께하는 사람들과 연대해 다른 이를 죽이거나 없애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의 살벌한 문화 풍토가 중국에는 면면히 이어졌다.

다툼과 전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런 흐름은 당나라 문인 유종원(柳宗元)이 ‘적계(敵戒)’라는 문장으로 잘 정리했다. 그 메시지는 ‘적이 있어야 긴장감을 키우고, 그로써 내 안전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다. 천적(天敵)이 진화(進化)에 더 도움을 준다는 자연과학 이론과 같은 맥락이다.

‘피아’ 구별의 강박적 시선을 아직 거두지 못하는 중국에 요즘 미국은 딱 알맞은 ‘적’이다. 그 때문인지 미국과의 대립과 갈등 수위가 높아진다. 이를 통해 중국은 내부 결속의 효과를 거뒀는지 모르지만 큰 실수를 범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에도 “당신들 진짜 적은 바로 나, 중국이야”라고 공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중국의 고립감이 깊어진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낫다면 나은 면이 있다. ‘적’을 ‘적’이라 제대로 분별치 못하는 우리 사정을 감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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