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남북 '접경생물권보전지역'

오충현 동국대 교수 2021. 4.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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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금년은 유네스코가 인간과 생물권(MAB·Man and Biosphere)사업을 통해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71년 유네스코는 인류는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종으로서 생태계의 일원임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하였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생물권보전지역은 개발로 인한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이다. 기존의 자연보전 중심의 보전지역과는 달리 자연보전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함께 고려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용도구역 지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의 세 가지 용도구역으로 구분된다. 이것은 보전·발전·지원이라고 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의 3가지 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 중 핵심구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내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곳이다. 이와 같은 용도구역 지정은 이후 세계 각국의 보호지역 관리를 위한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129개국 714곳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82년 설악산 지역이 처음으로 지정된 이후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 숲, 고창, 순천에 이어 2019년 강원 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과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이 지정되어 총 8개의 생물권보전지역이 있다. 강원과 연천의 생물권보전지역은 2000년대 초반 비무장지대(DMZ) 일원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자 추진했던 곳이다. 하지만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남한의 민통선 지역을 중심으로 두 곳의 생물권보전지역이 지정되었다.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은 이웃한 두 개 이상의 나라에서 공동으로 신청하여 지정하는 보전지역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시작된 이후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곳에서 생물권보전지역이 지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독일 통일 이후 동유럽과 서유럽의 협력이 활성화되면서 인접한 국가의 생물권보전지역을 통합하여 운영하자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를 계기로 1992년 접경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시작되었다. 1992년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신청한 5곳이 처음으로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프랑스와 독일 접경지역에 있는 보주뒤노르 생물권보전지역과 팰처발트 생물권보전지역은 1988년과 1992년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신청하여 지정되었으나, 1998년 양국이 생물권보전지역 통합을 합의하여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양국의 산림관리자, 과학자, 환경교육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하여 공동연구와 모니터링,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생물권보전지역 제도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보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제도 시행 50주년을 맞이하여 과거 추진되었으나 마무리되지 못했던 비무장지대 일원의 접경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비무장지대 일원을 남과 북의 대립 장소가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장소인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바꾸어야 한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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