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형제의 기적' 화성 하늘에서 118년 만에 재현된다
○혹독한 환경 딛고 화성 첫 비행 도전
다음 장벽은 화성의 희박한 대기 밀도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수준이며 대기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이 채 안 된다. 공기가 희박하면 비행체는 뜨는 힘인 ‘양력’을 생성하기 어렵다.
NASA 연구진들은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탄소섬유로 만든 2개의 로터블레이드(회전익)를 인저뉴이티에 장착했다. 지구에서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의 로터블레이드보다 약 10배 빠른 분당 최대 2537회 회전해 희박한 대기밀도에도 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성 대기 밀도는 지구상에서 고도 약 30km 지점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가벼운 소재로 만든 로터블레이드를 빠르게 회전시키면 양력을 충분히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SA 연구진은 2014년부터 8500만 달러(약 9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5년간 인저뉴이티를 개발했다. 로터블레이드를 비롯해 비행에 필요한 동력을 만들기 위한 태양광 패널과 카메라, 레이저 고도계, 통신장비를 실은 인저뉴이티의 무게를 불과 1.8kg으로 줄였다. 인저뉴이티에는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의 첫 동력비행이라는 점을 기려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 날개로 사용된 천 조각 일부도 함께 실려 있다.
○화성일 30일간 4차례 추가 비행
비행 준비가 완료되면 인저뉴이티는 로터블레이드를 회전하며 초당 1m 속도로 떠오른다. 화성 지표면 3m 고도에서 최대 30초간 제자리를 유지하는 ‘호버링’을 진행한 뒤 하강하고 착륙할 예정이다.
비행 과정은 모두 인저뉴이티가 스스로 결정한다. 지구와 화성과의 무선통신은 두 행성의 거리에 따라 최소 8분에서 최대 48분이 소요된다. 지구에서 드론을 띄우는 것처럼 NASA의 JPL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인저뉴이티를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JPL이 비행 명령 신호를 보내면 인저뉴이티는 이 신호를 수신해 스스로 비행하는 지점을 결정하고 시스템을 보호하며 비행한다.
첫 비행을 마치면 인저뉴이티에 실린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과 비행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한다. NASA는 12일(현지 시간) 인저뉴이티의 첫 비행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첫 비행에 성공하면 인저뉴이티는 최대 화성에서 30일(지구에서는 31일)간 총 4차례 각기 다른 비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각 비행 테스트는 고도 5m 내 90m 반경에서 이뤄진다.
인저뉴이티는 화성 대기 환경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를 입증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토대로 향후 화성에서 비행하는 다른 비행체를 설계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화성 궤도선이나 지면의 탐사 로버가 보내오는 데이터와는 다른 탐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로버가 도달하기 어려운 지형 탐사, 공중에서 바라보는 고화질 이미지 확보 등이 가능해진다.
최기혁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지표면에서 탐사하는 로버는 하루에 보통 수십 m밖에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탐사에 제약이 많다”며 “인저뉴이티는 태양계 행성 탐사에서 처음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빠르게 탐사할 수 있기 때문에 행성 탐사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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