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남상훈 2021. 4. 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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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바람'에 與 재보선 참패
野, 승리 도취 말고 민심 읽어야

정말 놀라운 선거 결과라고밖에 할 수 없다. 선거 이전부터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여당이 참패할 줄은 몰랐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구도와 인물 그리고 바람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선거구도로부터 바람이 일어난다고 할 때, 이번 보궐선거는 정권에 대한 “분노의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했었다. 이번 선거구도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권 심판 구도였다.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때부터 불공정 문제가 불거졌고, 그 이후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에서 다시 한 번 불공정의 문제가 제기됐으며, LH 사태에 이르기까지 현 정권의 불공정 문제는 유권자들의 뇌리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
또한 여권의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모습, 내로남불의 자세, 독선과 아집에 찬 모습의 누적 등이 결국 정권 심판의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부동산 문제가 분노의 중심에 있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공시지가의 상승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집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은 “분노의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렇듯 “분노의 바람”이 일고 있는데, 여당은 네거티브 캠페인에 전념했다. 그런데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거구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 일반적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은 근소한 격차를 뒤집을 수는 있지만, 선거구도라는 큰 판을 뒤집을 힘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당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도 실패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명료해야 하는데, 여당이 처음에 네거티브 캠페인의 소재로 삼은 문제는 오세훈 후보의 처가 관련 내곡동 땅 의혹이었다. 이 문제는 사안이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여서 설명이 필요했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가 없어진다. 민주당도 이런 점을 간파했는지 몰라도, 중간에 내곡동 문제를 거짓말 프레임으로 전환하려 했다. 그런데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또 내곡동이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제기했던 문제도 이해하기 힘든데, 다시 그 문제를 꺼내 들며 거짓말 논쟁을 유도하면,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내곡동 문제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피로해지고 민주당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여기다가 민주당 인사들의 2차 가해 논란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니 민심은 더욱 민주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화가 나 있는데, 민주당은 국민 분노의 원인과는 상관없는 문제를 꺼내 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참패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참패한 여권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우선 대통령의 레임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 주 여론조사를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문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친문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당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가능성이 있다. 영향력이 약화한 친문의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계속 대선 후보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퇴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한 책임이 이 전 대표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야권발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런데 국민의힘 역시 승리에 도취할 때는 아니다. 이번 보궐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때, 본 게임을 앞두고 승리에 도취해 다시금 구태를 보인다면, 다시금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민주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에서 영원한 승자가 없음을 다시금 깨닫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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