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늦은 총사퇴·친문 비대위원장.."이게 쇄신이냐" 비판
[경향신문]
최고위·의총 등 거쳐 퇴진 결정…‘질서있는 수습’ 나서
쇄신 방식·주체 놓고 당내 이견…계파 ‘힘 겨루기’ 예고
4·7 재·보궐 선거 참패의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에 몰아치고 있다. 8일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빠르고 질서 있는 수습’을 통해 당내 혼란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인적 구성 등을 두고 당내 이견도 나왔다. 처절한 반성과 쇄신은 뒤로하고 ‘수습’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차기 대선 주자 선출과 밀접한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당내 ‘힘 겨루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자칫 노선 투쟁만 부각될 경우 쇄신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참패 수습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당헌·당규상 가장 빠른 날짜로 새 지도부 선출 일정을 잡았다. 선거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날 밤과 이날 아침 비공개 최고위에 이어 의총에서야 지도부 총사퇴가 결정난 것을 두고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도종환 의원이 일주일가량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위기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새나왔다. 이날 지도부 총사퇴 회견 직전 노웅래 최고위원이 “이게 쇄신이야?”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궐석이 된 7명의 최고위원 중 5명을 다음달 초 당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키로 정했다. 당 중진의원 회의가 열렸고, 초선의원들도 9일 쇄신안을 논의하는 모임을 갖는다.
의원총회에선 3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반성’ ‘쇄신’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 ‘내로남불’에 엄격하지 못했다” “정책이 세심하지 못했다” 등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고 복수의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부동산 정책은 기존 기조를 유지하되, 그 방법론을 가다듬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해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2·4 공급대책을 일관되게 더욱 강화된 형태로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부족했던 생애 첫 주택구입자, 신혼부부, 청년 등 무주택자가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공급과 규제 완화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집값이 대폭 상승한 만큼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는 단계적 적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언론개혁 등의 정책에 대해선 여전히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더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의원과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원 간의 차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마다 선거 패배의 원인 분석이 다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개혁과 중도·통합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는 게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계파·진영 간 ‘권력다툼’도 남아 있다. 당 지도부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오는 9월 예정된 대선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내부 힘 겨루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쇄신 방식과 주체 등을 둘러싼 이견들도 표출되고 있다. 당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만과 독선의 태도에 책임이 있는 분은 가급적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내대표 유력 후보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을 밀어붙인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또다른 소신파인 김해영 전 의원도 SNS에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서 당이 큰 실책을 했다”며 당시 당 지도부의 ‘갈라치기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책임 있는 사람의 반성을 요구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내부 다툼이 심해지면 민심 이탈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희양·김상범·박광연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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