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혁신..반성문 쏟아낸 민주당, '개혁강행' 대 '완급조절' 묘수 찾나

박광연 기자 2021. 4. 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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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인 부동산 정책 등 '심판 받았다' 판단..일부선 '언론 탓'
강성 지지층 목소리 여전..기조 전환·개혁 사이 균형이 과제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 대책으로 ‘혁신’을 강조하면서 기존 ‘개혁 일변도’ 정책 기조가 일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규제 완화’ 신호를 보낸 부동산정책의 경우 기존 정책을 보완한다는 명분 아래 ‘우클릭’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개혁과제를 완수하라는 목소리도 여전한 만큼 향후 혁신의 과제는 기조 전환과 개혁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민주당에선 재·보선 참패에 대한 ‘반성문’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제가 부족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민주당 또한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 의원들이 패배 수습을 위해 제시한 방향은 대부분 ‘혁신’으로 수렴됐다.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뒤 밀어붙인 각종 개혁 성과가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당위론’을 앞세워 각종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처리한 임대차 3법 등 부동산정책은 선거에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 등의 ‘내로남불’ 논란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의 정책기조 전환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 예견됐다.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제시한 ‘공시지가 인상률 제한’ ‘공공 재건축·재개발에 민간 참여 허용’ ‘주택 대출규제 완화’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부동산 조세 형평성 강화’ ‘공공주도 주택 공급’ ‘대출규제 강화’ 기조와 다소 어긋난다.

선거가 끝났지만 민주당 내에서 해당 정책들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정책의 방향과 절차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우선순위를 고려해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선거 패배의 원인을 ‘개혁 미비’에서 찾으며 개혁과제 완수에 진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권 강경파들 사이에서 나온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상징되는 검찰개혁이 대표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언론개혁’ 주장도 계속 나왔다. “야당 후보 검증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패배를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번 선거에서 (편파 보도가) 더 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시 ‘개혁 완수’ 작업에 치중할 경우 직면할 여론의 반발은 민주당에 부담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은 일단 민생 무능이고 두번째는 내로남불, 세번째가 개혁 부진”이라며 “개혁 부진부터 내세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선거 패배 책임을 언론 등 ‘남 탓’으로 돌리며 개혁을 얘기하면 민주당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 기조 전환과 개혁 추진 사이의 ‘묘수’를 찾는 것이 향후 민주당 혁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앞으로 기조 전환 흐름과 개혁 움직임이 모두 강해질 것”이라며 “교만하지 말라는 중도층과 개혁을 요구하는 지지층을 모두 충족시키는 길을 찾지 못하면 쇄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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