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부동산 세금 앞세워 강남서 몰표..여당, 서울 425개동 중 5곳서만 승리
[경향신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강남·북 전 지역을 석권한 가운데 강남에서 80~90%대에 이르는 ‘몰표’가 국민의힘에 쏟아졌다. 부동산 세금 이슈가 민감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곳은 서울 425개동 중 단 5곳에 불과해 강남·북 구분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최종 집계한 서울시장 선거의 최종 득표율을 보면 오 시장은 서울 425개동 중 375개동에서 과반을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몰표 현상도 심화됐다. 강남·서초·송파구는 오 시장이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상위 3개 자치구였다. 강남구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은 73.54%로 박 후보(24.32%)의 3배를 넘었다. 강남구 내에서도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이나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세부담이 현안으로 떠오른 지역들에서 야권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압구정동과 대치1동, 도곡2동, 반포2동 등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은 80%대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다수 참여한 압구정동 제1투표소의 경우 오 시장의 득표율이 93.8%에 달했다.
반면 강남구이면서도 빌라나 원룸 등 젊은층 거주지가 많은 논현1동, 역삼1동에서 국민의힘은 60%대를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 규제에 따른 민심 이반이 몰표 현상을 주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은 선거과정에서 여당의 부동산 규제 등을 공격하며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을 강조했다.
고가 아파트 지역의 보수정당 선호는 여권이 대승한 지난 총선에서도 나타난 만큼, 이번 선거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의 대승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과 정권심판론에 따른 중도·보수층의 결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서울 425개동 중 단 5곳(마포구 성산1동·강서구 화곡8동·구로구 구로3동·구로구 항동·종로구 창신2동)에서만 오 시장을 근소하게 제쳤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강남 3구는 보수의 아성이고 세금 등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반영되는 곳”이라며 “지난해 총선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으로 정권 심판을 생각을 하면서 중도·무당층들이 다수 투표장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강남권 민심 이반의 배경에는 강남 지역을 ‘부동산 적폐’로 몬 여권의 태도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투기가 문제라면 투기꾼을 잡아 해결하면 될 텐데, 강남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메커니즘을 활용했기에 진보·보수를 떠나 분노한 것”이라며 “(이들이) 보수의 본성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적폐로 몰린 것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평가했다.
박용하·곽희양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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