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 말라"는 김종인 말 새겨야

2021. 4. 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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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이 4·7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승리를 즐길 상황이 아니다. 자력으로 일군 승리라기보다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독주에 분노한 표심 탓에 거둔, 압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촉발된 선거로 여당은 애초부터 불리했다. 또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정과 함께 고위 공직자들의 부도덕성이 부각돼 큰 표차로 이긴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8일 “이번 승리를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라고 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유권자들이 여당의 독주와 무능을 심판했지만 국민의힘 또한 거기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부동산 투기 문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곡동 땅, 박형준 부산시장은 엘시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두 시장은 이 의혹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민의힘은 2017년 야당이 된 후 대안 제시는커녕 정부와 여당을 향해 시종 대립각만 세웠다.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 심판이라는 역풍을 맞았음에도 이번 선거에서도 그 체질은 바뀌지 않았다. 당과 후보들은 집 없는 서민들은 생각하지 않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도 있는 정책을 다수 내놨다.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청년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정당, 영남 중심의 지역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냉철한 현실인식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은 다시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김 위원장은 퇴임하면서 “지난 1년 동안 당이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했다. 당권에만 욕심 내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이 코로나19 민생과 경제·정치개혁 현안에 대안을 내놓지 않고 비판만 일삼는다면 시민들의 매서운 비판은 제1야당으로 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 할 일은 승리에 도취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지지를 무겁게 받아들여 수권 능력과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낡은 이념정치와 영남 패권주의를 버리고 시대 흐름에 맞게 전국정당으로 변모하지 않는 한 내년 대선에서 선택받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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