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떠오르는 '신인류' 2000년대생들

울산 | 황민국 기자 2021. 4. 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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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골 정한민·득점 도운 이태석
공수 재능에 경험·자신감도 축적
김민준·정상빈도 '킬러 본능' 발휘

[경향신문]

<90년대생이 온다>는 최근 몇년 사이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흔히 ‘밀레니엄 세대’로 불리는 1990년대생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문화적 성향을 보인다는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축구에선 ‘Z세대’인 2000년대생들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된 2002 한·일 월드컵 전후로 태어난 꿈나무들이 어느새 K리그를 누비고 있다.

프로 데뷔 2년차인 정한민(20·서울)은 2000년대생 중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오산고 출신으로 지난해 서울 유니폼을 입은 그는 11경기에서 2골을 터뜨려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다소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난 7일 울산 현대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정한민의 득점 장면은 서울의 또 다른 선수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을용의 아들인 이태석(19·서울)이 정한민의 득점을 가능케 한 크로스를 연결했기 때문이다.

이태석은 이강인(발렌시아)과 ‘날아라 슛돌이’ 동기로 유명하다. 어릴 때부터 각급 대표팀에 선발돼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태석은 프로 데뷔전이던 울산전에서 전반 45분간 본업인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재능을 뽐냈다.

이태석은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경기였다”고 말했지만, 박진섭 서울 감독은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였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울산의 2년차 중고 신인인 김민준(21)도 K리그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강원FC와의 개막전에서 꿈에 그리던 데뷔에 성공한 김민준은 측면 날개로 골 넣는 재주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김민준은 광주FC(1-0 승)와 포항 스틸러스(1-1 무), 서울(3-2 승)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려 득점 공동 3위(3골)를 질주하고 있다. 지금 같은 활약상이라면 울산에서 2018년 이후 첫 영플레이어상이 나올지도 모른다.

골 냄새를 맡는 킬러 본능에선 정상빈(19·수원)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정상빈은 지난해 신인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라는 큰 무대를 밟으며 성장했다. K리그1에선 포항을 상대로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한 데 이어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선제골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국인 선수인 제리치와 니콜라오가 부진한 수원이 상위권 경쟁을 펼치는 것은 정상빈의 공이 적잖다.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K리그에서 2000년대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리그의 젊은피 육성 정책에서 비롯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23세 이하 선수가 최소 1명씩 의무 출전하는 규정이 생겼는데, 이 규정은 올해 한시적으로 22세 이하 2명 출전으로 강화됐다. 시즌 초반에는 대상 선수를 출전시킨 뒤 서둘러 빼버리는 편법 적용으로 비판이 이어졌으나 갈수록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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