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유죄 이규진 전 판사 변호사 등록

유설희 기자 2021. 4. 8. 2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변호사로 등록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15일 이 전 위원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지난달 23일 이 전 위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일선 법원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전 위원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냈다. 서울변회는 이 전 위원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대법원에서 감봉 4개월·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점 등을 부적격 사유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등록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전 위원의 변호사 자격 여부를 판단한 대한변협은 이 전 위원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결격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사법 제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5년간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변협 관계자는 “심사 당시에는 1심 유죄 판결 전이었고, 심사 당시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확정 판결이 아니어서 결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추후 유죄가 확정될 경우 재심사를 통해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협의 심사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변협이 무죄가 확정된 이후에야 변호사 등록을 받아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후배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무죄가 확정된 뒤에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이 난 뒤에야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었다.

변협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자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돼 있다. 변호사법 제8조를 보면, 변협은 ‘공무원 재직 중 위법 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은 자’에 대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변협 관계자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실형을 선고받은 백종건씨의 경우도 변호사법상 변호사가 될 수 없지만 대한변협이 등록을 허가했다”며 “사실상 변호사법 규정과 관계없이 변협은 변호사 등록 허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도 변호사 등록이 허가된 바 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