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국공 사태' 청와대가 결자해지할 때다 / 박인규

한겨레 2021. 4. 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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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가 불거졌을 때 나는 한 정당이 주최한 토론회 단상 위에 올랐다.

청와대가 인국공의 상징성 때문에 전환 방식에 무리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남았다.

간단한 면접으로 기간제에 취업한 뒤 정규직화됐거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위탁 업체에 취업한 뒤 정규직화된 사례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후속 조처부터 매듭짓고, 인국공은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까지 대상을 확대해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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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인규ㅣ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가 불거졌을 때 나는 한 정당이 주최한 토론회 단상 위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된 원인이 언론의 왜곡 보도에 있다는 여권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청년층의 생각을 읽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남 탓을 반복하는 데 분노했다. 당시 여권은 채용의 절차적 공정성을 중시하는 여론은 외면한 채 정규직 전환은 좋은 일이므로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른바 명문대 학생의 경우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청년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정부의 졸속 행정에서 야기됐다. 인국공 사태는 2143명을 공사에 직접 고용하겠다는 발표가 발단이었다. 노·사·전문가협의회가 3년간 논의한 내용을 순식간에 뒤집는 결정이었다. 전환 기준은 대통령이 공사를 방문한 2017년 5월12일이었다. 5월11일 입사자는 공사 직고용 전환 대상이고, 5월12일 입사자는 자회사 정규직 전환 대상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예고에 없던 경쟁시험을 진행해 직고용 대상 47명을 해고했다. 반면 5월12일부터 7월20일 사이에 계약이 종료되는 인원 2640명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됐다.

대통령이 인국공을 섣불리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논란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공공기관은 2017년 7월20일에 발표한 지침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지만 인국공만 예외가 된 것이 문제의 배경이 됐다. 지침을 집행하는 고용노동부는 인국공을 강 건너 불 보듯 했고, 결국 전환 절차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청와대가 인국공의 상징성 때문에 전환 방식에 무리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남았다.

다시 인국공 사태를 언급하는 건 ‘취업 청탁’ 전모도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정규직 전환은 신규 채용이 아니라 기준일 전후로 계약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근로자를 전환한다. 용역업체가 채용을 공정하게 관리하지 않았다면 브로커가 활개를 칠 수 있고, 부적격자가 전환될 위험도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인국공 자회사 취업 브로커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국공 정규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브로커가 돈을 받고 용역업체 취업을 알선했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이는 2019년 9월 감사원의 지적으로 이미 예고된 의혹이었다. 감사원은 인국공 협력사의 3604명이 공정채용 여부에 관한 확인 없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93명은 협력사나 공사의 친인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고려할 때 경찰의 수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마저도 후속 조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간단한 면접으로 기간제에 취업한 뒤 정규직화됐거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위탁 업체에 취업한 뒤 정규직화된 사례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전형적인 이해충돌 사안이지만 이들 대다수는 여전히 재직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채용 비리를 묵과하는 것은 결과적 평등에도 부합하지 않고,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후속 조처부터 매듭짓고, 인국공은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까지 대상을 확대해 수사해야 한다. 채용 비리로 밝혀진 입사자, 취업 브로커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처를 단행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재가동해 마무리 지어야 한다. 모든 것은 청와대가 주체로 나설 때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결자해지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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