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묻따 반품, 아묻따 고객 늘렸다

변희원 기자 2021. 4. 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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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반품전략
당초 블랙컨슈머 우려했지만
재구매율 97%, 되레 충성고객 늘어
신선보장이용자 재구매율

2019년 3월 ‘신선보장'을 도입한 SSG닷컴은 최근 신선 식품의 지난 2년간 반품률을 집계하다 놀랐다. 주문한 신선 상품이 신선하지 않다고 느끼는 고객이 홈페이지나 앱에 제품 사진만 등록하면 환불이나 교환을 해주는 제도인데, 5000원 이하 상품은 환불만 해주고 제품을 회수하지도 않는다. 환불을 노리는 고객이 있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반품률은 0.4%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건 충성고객까지 늘었다는 점이었다. 이 서비스를 한 번도 안 써본 고객의 재구매율은 68%, 한 번이라도 이용한 고객의 재구매율은 97%였다. 10회 이상 구매한 비율도 76%다. 네 명 중 한 명(27%)은 첫 구매 후 두 달 동안 네 번 이상 신선 식품을 샀다.

‘과일·채소·수산물 같은 신선 식품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유통업계가 도입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반품 정책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신선 식품 새벽 배송을 시작한 마켓컬리가 2015년 처음 도입한 뒤 SSG닷컴, 홈플러스, 쿠팡, 롯데온이 2~3년 전부터 잇따라 도입했다.

무조건 반품 정책 도입 초기에 업계는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가 늘거나 신선 식품 폐기율이 올라가서 손해를 볼 수 있단 부정적인 예측도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신선 식품 반품률은 1% 미만이다. 홈플러스 측도 “반품률은 0.01% 정도라서 타격이 없을 뿐더러 소비자 반응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했다. 무조건 반품 도입 초기 고객 게시판에 ‘얼마나 자신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해준다 하겠느냐'는 반응이 올라왔을 정도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반품으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상품 매입이나 배송에 신경을 쓰다 보니 반품률이 줄어드는 면도 있다”고 했다.

국내 식품 전자상거래 침투율(전체 소비 지출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조건 반품 도입 초기인 2018년 12%였지만 지난해 20%까지 올라갔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업계는 무조건 반품을 통해 일단 소비자가 신선 식품을 온라인에서 사는 경험을 하게 해서 단골로 만드는 록인(lock-in·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면 계속 이용하는 현상) 효과도 노린다. 신선 식품 반품 절차를 간단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업계에선 “무조건 반품 도입 이후 소비자가 고객센터에 찾아와 제품에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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