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과 달라..'먹는 낙태약' 안전사용 길 열겠다"

노희준 2021. 4. 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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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로화이바 유명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 인터뷰
임신중단 약물 '미프지미소' 수입 결정
가교 임상 생략 협의중..상반기 허가 힘들듯
‘먹는 낙태약’ 도입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사진=현대약품)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임신중단 약물과 관련해 온라인 불법 유통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를 줄이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먹는 임신중단 약물(유산 유도제) ‘미프지미소’(Mifegymiso)를 국내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뒤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이상준 현대약품(004310) 대표는 8일 이 같이 밝혔다.

현대약품은 지난달 초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지미소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음성적으로만 유통되던 임신중단 약물을 국내에 합법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상준 대표는 우선 도입하는 약물이 ‘미프진’(Mifegyne)이고 국내 도입 이름이 미프지미소로 알려진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미프지미소와 미프진은 다른 제품으로 우리가 도입하는 것은 미프지미소”라며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단일성분의 정제만으로 구성된 제품이지만,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마이크로그램, 1㎍ = 0.001m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프진의 국내 브랜드명을 미프지미소로 정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재 미프지미소와 같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콤비팩 제품은 호주와 캐나다에서 허가를 얻어 판매된다. 식약처의 허가 용량 및 용법에 따라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1정을 먼저 먹고 하루 뒤에 미소프리스톨 4정을 먹는 것을 용법으로 한다. 미프진 권리를 갖는 제약사 노르딕그룹, 그리고 현대약품과 미프지미소 계약을 체결한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은 크게는 동일한 모회사 그룹에 속해 있는 계열사 관계다.

이 대표는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지난해 12월 31일로 낙태죄가 무효가 되기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임신중단 약물은 불법적으로 유통되면서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며 “전세계적으로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매년 약 7300만 건의 인공 낙태가 이뤄졌는데 그중 2400만 건(33%)이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낙태 유도제’의 불법 온라인 판매는 2015년 12건에서 2019년 2365건으로 200배 가까이 폭증했다.

식약처는 현대약품의 허가 신청이 조기에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올해 상반기 내 미프지미소 허가 결정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각보다 회사 신청이 지연되고 있어 당초 목표를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상반기 허가 결정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일반적인 신약허가 검토기간은 근무일 기준 120일로 6개월 정도다. 이 역시 중간에 서류보완 등이 없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최대한 허가 신청서를 빨리 제출하기 위해 개발사 및 식약처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현대약품은 라인파마 인터내셔널로부터 허가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다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가교 임상을 생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해외 신약은 인종간 차이에 따른 효능과 부작용 등을 검증하는 가교 임상을 거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인종간 약의 차이가 없다는 자료가 제출되면 식약처 판단에 따라 가교 임상을 생략할 수 있다.

현대약품은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와 탈모치료제 ‘마이녹실’로 유명하지만, 여성 건강 영역에서도 오랫동안 제품 도입 및 개발을 해왔다. 질염 치료에 사용하는 질좌제, 임산부의 철결핍성 빈혈 치료제 및 경구용 HRT(호르몬대체요법) 제품인 ‘디비나정’, ‘인디비나정’을 국내에 도입했다. 이 대표는 “사후 피임약인 ‘노레보정’, ‘노레보원정’, ‘엘라원정’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후로 1위 점유율을 이어간다”며 “전문의약품 입덧치료제(디클렉틴) 역시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는데 앞으로도 여성과 임산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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