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공화당과 포퓰리즘 사이의 간격

여론독자부 2021. 4. 8. 17: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부유층 옹호' 우파 경제에 매달려
바이든 부양안엔 초지일관 반대
공화당 지지자들까지 마음 닫아
오히려 민주당에게만 힘 보태줘
폴 크루그먼
[서울경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구조 계획이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민주당이 추진할 차기 주요 정책의 세부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주요 기반 시설 지출 프로그램과 부유층 및 대기업에 대한 증세 등 ‘인기 종목’을 한데 엮어놓았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가 기반 시설을 보수하고 확충한다는 인프라 지출안에 찬성표를 던질 공화당 의원은 상하 양원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선거로 선출된 공화당 의원들이 여전히 근로 계층을 외면한 채 부유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우파 경제정책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가 던지는 질문은 왜 공화당이 여전히 우파의 경제 논리에 목을 매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공화당은 사회 구성 집단 사이의 문화적 이질감과 근로 계층에 대한 인종적 적대감을 부추겨 선거에서 승리를 끌어내고 금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사업체처럼 보인다. 선거 때마다 그들이 꺼내 보이는 인종적 편협성은 어리숙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 매번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공화당은 그들이 최우선으로 삼는 부유층 친화 정책으로 재빨리 되돌아간다.

공화당이 극단주의로 치닫도록 한 것이 억만장자들일 수 있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은 공화당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했다. 공화당은 감세와 규제 폐지라는 진짜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선거가 끝난 후 인종적 편협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제 당의 통제권은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갔다. 선거 패배와 격렬한 의사당 난입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앞에서 스스로 몸을 낮춘다.

공화당의 주도권은 완전히 극단주의 세력에 넘어갔지만 당은 여전히 감세와 지출 삭감이라는 과거의 경제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선거 경선에 나선 후보들을 물리치자 그가 ‘헤렌볼크 민주주의(Herrenvolk democracy·지배 민족만을 위한 민족주의)’로 당을 몰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헤렌볼크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는 특정 종족과 인종 그룹으로 적용 대상이 제한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흑인 차별법인 짐크로법이 시행된 남부에서도 백인 전용 포퓰리즘의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는 사회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대형 인프라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포퓰리즘에 대한 의지를 종종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공약을 지키고 진정한 포퓰리즘의 기미만 보였어도 그는 지금 백악관에 그대로 앉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트럼프의 감세와 오바마케어 폐기 시도는 보수주의의 교과서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상처받은 농가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한 트럼프의 농업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거의 모든 정부 보조금은 백인 농가들에 돌아갔다. 광범위한 포퓰리즘 정책은 없었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인기 없는 경제정책을 이어간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 무지와 본질적인 것에 대한 관심 부족을 반영하는 것일까. 선거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그렇지 않다.

공화당은 바이든의 부양안을 초지일관 반대해왔다. 주 차원에서도 경제적 포퓰리즘에 관한 거부감은 분명히 드러난다.

미주리를 생각해보라. 미주리 출신 상원의원인 조시 하울리는 공화당이 ‘월스트리트 정당이 아닌 근로 계층 정당’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주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의료보장 확대를 위한 예산 배정을 차단했다. 주 정부가 담당해야 할 부담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대다수 유권자의 승인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석탄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해당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음에도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웨스트버지니아를 생각해보라. 아직껏 석탄 산업은 다시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러자 공화당 주지사는 소득세를 없애 경제를 진작시키는 대체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불과 몇 년 전 실패로 끝난 캔자스주의 감세 실험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캔자스에서 실패한 정책이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성공할 것이라고 상상한 이유가 뭘까.

필자는 우파의 진정한 포퓰리즘 부재가 우익의 마음을 닫게 만든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수주의 정당은 힘을 잃었을지 몰라도 정책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 의원들은 당내 중견 간부들뿐이다. 게다가 불관용과 증오로부터 동력을 찾는 정당 안에서도 돈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공화당 정치인들은 지지자들까지 싫어하는 평판 나쁜 경제정책에 매달리면서 민주당에 큰 힘을 보태주고 있다.

/여론독자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