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년 전 왕실 잔치 무대 열린다..9~14일 '야진연'

남정현 2021. 4.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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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70주년 공연..예악당서 개최
"코로나로 힘든 시기, 일상이 축제 의미"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 프레스 리허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04.0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올해 대표 공연으로 119년 전 왕실의 잔치를 무대에 올린다.

국악원은 1902년 4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조선시대 조정 원로들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 입소를 축하했던 진연(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베푸는 잔치) 중 밤에 열었던 잔치 '야진연'을 재해석해 9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무대미술과 무대 영상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수현 감독이 맡은 첫 연출작으로 전통의 원형은 최대한 살리면서 무대 위 표현 기법은 첨단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8일 오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조수현 감독은 작품에 대해 "보시는 작품에서는 제가 집중적으로 드라마를 풀어낸 부분이 있다. 고종과 태자의 관계다. 춤과 음악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수미상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태자가 고종을 기로소에 보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태자가 나와서 아버지가 올랐던 계단 위쪽을 응시한다. 기로소를 무릉도원으로 표현했다. 먼저 간 아버지의 길을 별로 표현해 언젠가 아버지를 따라갈 것이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면을 연출한 배경에 대해 "당시 부자 간에는 어떤 얘기를 했을까 궁금증을 갖고 (연출을)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조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번 공연의 의미를 코로나19로 침체된 현 상황과 연결짓고자 했다. 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축제에서 얻어갈 수 있는 축제의 본 의미를 살렸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다. 힘든 일상에서 축제를 통해 내일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자는 의도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 프레스 리허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04.08. dadazon@newsis.com

1902년 기소로 입소의 축하 진연으로 황태자와 백관들이 황제에게 '외진연'을 올리고, 다음날엔 왕실 가족과 친인척, 명부(봉작을 받은 부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가 참여해 '내진연'을, 그리고 그날 밤에는 황태자가 황제에게 '야진연'을 올렸다.

국악원에서 야간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악원 관계자는 "'야진연'은 '외진연'과 다르게 의례가 간단하다. 그만큼 공연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야진연'을 택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야진연'은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함녕전에서 저녁 잔치로 거행됐던 진연 중 의례를 제외하고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하는 무대공연으로 재창작됐다. 본래 의례를 중심으로 연주와 궁중무용이 진행됐으나 12종목의 궁중무용은 제수창, 장생보연지무, 쌍춘앵전, 헌선도, 학연화대무, 선유락 등 6종목으로 축소했다. 여기에 정동방곡을 시작으로 여민락, 수제천, 해령 등 궁중음악의 정수를 담았다.

관계자는 "왕의 건강, 장수를 기원하는 연주와 천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를 바치는 공연을 관객과 나누면서 우리가 건강한 일상생활을 되돌아 가자는 염원을 담았다. 또 자연의 풍경을 담아 담백하고 절제된 동작을 선보인다. 특히 '춘앵전'으로 궁중 무용이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8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공연 '야진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 후 기자들의 질문에 질의응답하고 있다. 2021.04.08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당시의 진연은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임인진연도병'에 담겨 조선 왕실 잔치에 어떤 종목의 궁중무용과 음악들이 연행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이번 공연의 재현에 바탕이 됐다. '임인진연도병'의 전체 10폭의 그림 중 8폭에는 밤에 올려진 잔치였던 '야진연'의 모습이 담겼다.

국악원 관계자는 "내년이 임인년이다. '임인진연도병'을 갖고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공연을 담당하는 장악단과 연구실이 함께해 국악원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를 소재로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임금의 덕이 높아 상제께서 장수로 보답하여 창성하게 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가진 '제수창'을 시작으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과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제천', 새롭고 힘찬 발걸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취타'에 이어 윤선도의 '어부사'를 부르며 배 주위를 둘러서서 춤을 추는 '선유락'으로 이어져 궁중예술의 백미를 보여준다.

이상원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은 "이전의 공연과 차별화를 둬 음악을 구성했다. 악보가 전해지질 않아서 곡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공연된 곡 중에서 진수만을 뽑아서 공연을 구성했다. 이번 70주년 '야진연'의 공연이 정악단의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야진연'은 9일부터 14일까지 주중 저녁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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