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지각변동..與 '비대위·개각' 野 '야권 대통합 새판짜기'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4·7 재보궐선거 이튿날인 8일 여야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선거 결과가 몰고 올 정국 지각변동이 주목된다.
완패당한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고 당청은 개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모처럼 잔칫집이 된 국민의힘은 임기를 마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박수로 환송했고, 향후 '자강'과 '야권 통합'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하고 비대위 체제에 접어들었다. 또 반성·성찰과 혁신을 강조했다.
새 지도부가 꾸려질 때까지 비대위원장은 도종환 의원이 맡기로 했다. 새 원내대표는 오는 16일에 뽑고,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내달 2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화상 의원총회에서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성찰과 혁신으로 응답하겠다. 부족함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겠다"며 "국민께서 됐다고 할 정도로 당 내부의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는 "지도부 총사퇴가 성찰과 혁신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쇄신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들도 잇따라 반성을 강조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한다. 사과드린다"고 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준엄한 결과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 더 치열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당 최고위원인 신동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며 "오늘부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 당의 쇄신과 신뢰 회복을 위해 미력이나마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와대의 메시지도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 낮은 자세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분위기 전환용으로 개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선거 4연패' 이후 찾아온 모처럼의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만해선 안 된다"는 내부 경계령에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큰 차이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이는 '정권심판'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이지, 국민의힘이 자력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훔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 승리 이후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내려놓은 지휘봉을 누가 잡을지, 새 대표가 김 위원장이 이끌던 '혁신' 노선을 계속 걸을 수 있을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가 당장 닥친 과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혁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착각하고 고삐를 늦추면 다시 사분오열하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임기를 마친 김 위원장을 이어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정권이 워낙 민심과 어긋나는 폭정을 해 심판한 것"이라며 선거 승리에 도취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선거 승리가 확실시되던 전날(7일) 늦은 오후 "야당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미워서 나타난 표심"이라고 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도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은 당 전체가 바뀌었다기보다는 김 위원장이 고군분투한 것"이라며 "우리가 진짜 처절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태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안철수·홍준표가 다 당에 들어와야 한다"며 "하나가 돼 큰 바다를 이루자"고 말했다.
앞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과 당 지도체제 정비 여부도 논의해야 할 과제다. 당에서는 앞으로 이 두 가지를 연계해 논의할 방침이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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