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가 펼친 동심의 세계..캔버스에 담은 아픔과 추억

강종훈 2021. 4. 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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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칠판에 흰 분필로 낙서한 듯 캔버스에 선을 긋고 숫자를 써넣었다.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낙서 같은 그림이지만, 오세열은 역설적으로 화면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며 긁는다고 했다.

숫자가 빼곡한 작품부터 가로세로 선들이 화면을 채우는 작품까지 다채롭다.

작가는 "인물이든 추상 화면이든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는다"라며 "작업하다 보면 그리던 것이 인물이 되기도 하고, 그냥 선으로 남기도 해서 그리는 와중에도 뭐가 될지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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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학고재 개인전 '은유의 섬'
오세열 '무제'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검정 칠판에 흰 분필로 낙서한 듯 캔버스에 선을 긋고 숫자를 써넣었다. 화면에 색종이나 포장지 조각, 조개껍데기, 단추도 붙었다. 단순한 선으로 그린 인물도 특이하다. 팔이 하나만 보이거나, 다리는 두 개인데 발은 하나거나.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8일 개막한 오세열(76) 개인전 '은유의 섬'에는 어린아이의 손길이 닿은 듯한 작품들이 펼쳐진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난 오세열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굴곡진 현대사를 경험했다.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이 드러나는 어두운 시대를 살며 내면의 순수함을 탐구해온 그는 동심이 깃든 그림으로 세상을 은유한다.

작가는 캔버스에 무수한 붓질로 물감층을 쌓은 뒤 바닥 면이 드러나도록 뾰족한 도구로 표면을 긁어낸다. 칠판처럼 보이는 화면도 실제로는 검은 물감을 마지막에 바른 뒤 긁어서 아래쪽 하얀 표면이 드러난 것이다.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낙서 같은 그림이지만, 오세열은 역설적으로 화면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며 긁는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살아오면서 겪은 아픔과 슬픔, 그에 대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캔버스를 몸이라고 생각하고 못이나 면도날 같은 도구로 긁어낸다"고 설명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노작가는 지난날의 아픔을 화면에 폭발시키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어루만진다. 완전하지 않은 인물화는 소외된 현대인을 위로하는 치유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작가는 "변방과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 부모를 떠나 방황하는 아이들. 전쟁 후의 세상에는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 마음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며 "그런 아이들의 형상으로부터 외로움과 쓸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세열 '무제'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오세열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회화 24점을 소개한다. 숫자가 빼곡한 작품부터 가로세로 선들이 화면을 채우는 작품까지 다채롭다.

작가는 "인물이든 추상 화면이든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는다"라며 "작업하다 보면 그리던 것이 인물이 되기도 하고, 그냥 선으로 남기도 해서 그리는 와중에도 뭐가 될지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화면 위에는 보잘것없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활용한 콜라주가 더해진다. 길에서 주운 쓰레기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가는 "누군가 버린 것들을 주워서, 의미 없는 조각들에 역할을 주고 특별한 존재감을 찾도록 돕는 일"이라며 "뜻밖의 것을 찾는 재미 덕에 나는 기쁘고, 그것들이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도우니 사물들도 기쁘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해학적인 오브제와 낙서 같은 형상이지만, 그 밑바닥에 자리 잡은 두꺼운 단색조 물감층이 묵직한 깊이감을 전한다.

작가는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묵은지 같은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려 한다"라며 "전시를 감상하는 데 5분이면 충분한 작가가 있고 1시간이 필요한 작가도 있는데, 작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5월 5일까지.

오세열 작가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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