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 '숨은 공로자' 홍준표, 그가 돌아온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승리에 서막은 지난해 12월20일 시작됐다. 돌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뚜렷한 후보가 부각되지 않던 야권 선거판은 단숨에 요동쳤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2월23일 홍 의원은 오세훈 시장과 만났다. 홍 의원은 “안철수가 나오는데 오 시장도 나와야지, 별다른 수가 있느냐”고 했다. 오 시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비슷한 시기 나경원 전 의원도 홍 의원과 회동했다. 홍 의원은 “빅3(오세훈·안철수·나경원)가 다 나와야 야권 판이 커진다”고 설득했다. 나 전 의원 역시 고심에 들어갔다.
결국 빅3가 총출동했다. 10년 전 그 때 그 사람들이란 비판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선거운동에서도 오 시장을 적극 도우면서 약속을 지켰고 유권자들은 압도적 투표로 화답했다.
선거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홍 의원의 역할은 이어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국회의원 전수조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적극 대응을 주문한 것도 홍 의원이다. 국민의힘이 여당 공세에 대응수위를 놓고 머뭇거릴 때 “특검도 반대하고 전수조사도 반대하고 셀프조사나 하자하고 도대체 야당이 뭐가 켕겨서 당당하게 제3자로부터 혹독하게 조사 못 받고 뒷걸음질 치나“라고 일갈했다. 홍 의원의 측근인 배현진 의원이 나서서 102명 의원 전원의 전수조사 동의서를 확보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바탕으로 역공을 취했다.
당장 관심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계 형성이다. ‘모래시계 검사’로 등장해 정치 이력을 쌓아온 홍 의원이다. 적어도 대중적 이미지에서는 윤 전 총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과 만나 연대 방법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인 홍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복당을 막아왔지만 이미 떠났다. 당내 초선의원 등을 중심으로 홍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 기류가 여전하긴 하다.
하지만 대동단결해 변화와 쇄신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명분이 된다.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패배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제1야당에 기회를 한번 주면서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는데 자기들끼리도 통합하지 못하고 지지고 볶는 모습을 보여줘서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전날 밤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의 승리는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서 비롯됐으니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내일을 바꿀 비전과 의지, 역량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범야권의 진지로 변모해야 한다. 안철수,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모두를 끌어안고 내년 3월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 야권 통합의 첫걸음을 내딛는 일, 그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이 복당 문제 해결을 결단하고 의원들 설득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본다. 빠르면 5월 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는 통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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