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으로 버티는 '골목식당', 백종원 위해서라도 쉬어갈 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1. 4. 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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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시즌제 도입이 필요한 '골목식당'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골목식당>은 장수 예능이다. 그동안 몇 차례의 등락 와중에 인상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우리 사회와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업장의 위생 개념을 비롯해 요식업 종사자들의 의식이 전반의 수준이 향상됐다. 강형욱이 일으킨 반려견 문화와 더불어 방송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최근 <골목식당>의 기세가 주춤하다. 대표적인 지표인 시청률부터 흔들리고 있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맡아서 하는 백종원의 간판 예능임을 고려했을 때 3%조차 아슬아슬할 정도로 떨어진 수치는 분명한 위기의 징조다.

<골목식당>과 같은 장수 예능에서 또, 매번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발굴해야 하는 기획을 주1회 정규 방송으로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무척 버거운 일이다. 현실 기반 성장스토리를 토대로 하는 이 프로그램이야 말로 최근 방송가의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는 시즌제에 적합한 콘텐츠다. 그러나 <골목식당>은 백종원이 가진 무궁무진한 콘텐츠와 호감형 캐릭터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골목을 찾아다니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그러면서 백종원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일타 강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감탄이 나오는 백종원의 해박한 지식과 코칭 능력, 3MC의 케미스트리, 일반인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내는 김성주의 매끄러운 진행, 사랑스럽고 싹싹한 정인선의 조합만으로도 성공적인 2년을 보냈다.

<골목식당>의 골조는 무척 간결하다. 백종원이란 메시아가 믿음(여기서는 올곧은 태도)를 가진 사장님들에게 인생을 바꿔줄 기회를 준다. 실제로 형편이 어려운 가게는 집기 마련, 리모델링이나 청소 등 제작비를 통한 실비 지원도 아까지 않는다. 문제가 있거나 부족함이 있던 사장님들은 백종원의 도움과 원포인트 코칭을 통해 비로소 광명을 보게 된다. 그 결과 매출이 올라서 좋고, 손님은 맛 좋은 음식을 접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골목과 동네는 찾는 이들이 늘어서 활기가 생겨서 이롭다. 현실에서 수차례 증명된 <골목식당>의 긍정적 효과다.

다만, 솔루션을 받아 변화하는 과정에서 재미가 나오는데, 결말이 이미 권선징악 스토리처럼 예고되어 있다. 메뉴가 어떠하든, 상황이 어떠하든, 백종원은 해낼 것이고, 자신의 솔루션을 따랐을 때 만족할 것이며, 도움을 받은 사장님들은 일취월장해서 무조건 칭찬받으며 끝난다. 음식의 문제, 장사의 문제를 원포인트로 잡아내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백종원의 '신기'에 가까운 활약이 늘 감탄을 자아내긴 하지만, 드라마를 윤기 있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백종원의 리액션을 이끌어내고, 백종원의 활약에 리액션을 하고, 시청자들이 리액션을 하도록 자극하는 캐릭터의 존재다.

<골목식당>은 음식 예능에서 휴먼 스토리 콘텐츠로 전환시킨 포방터 시장 편 이후 리액션을 만들어낼 매력적인 인물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몰입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골목마다 참여하는 가게가 적은 것도 한 가지 원인이고, 빌런을 비롯해 캐릭터들이 예상 가능한 몇몇 유형이 생겨버린 탓도 있다. 이번 길동 편에 등장한 세 분의 중년 사장님들은 캐릭터가 다소 겹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해진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신선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정체에 빠질 때마다 재점검 프로젝트를 통해 환기를 했다. 연돈과 같은 롤모델로 삼을 만한 가게도 보여주고,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는가 하면, 방송 이후 태도가 돌변한 반면교사가 될 만한 업장에는 준엄한 경고를 날린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충격요법보다 익숙해진 이야기를 어떻게 변주할 수 있을지 한번 재점검해봐야 한다. 막장 콘텐츠의 전성시대에 현실을 기반으로 한 수수한 동화도 한두 번이지 수년째 반복되면서 흥미가 떨어진다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선한 영향력이야 말로 백종원 콘텐츠와 <골목식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편성표에 이웃이 새롭게 들어서고, 또 쇄신하기도 하면서 <골목식당>은 현재 상권의 위협을 받는 중이다. 위로는 중장년층들을 위한 트롯 콘텐츠가 탄탄히 자리 잡고 있고, <라디오스타>는 짧은 분량으로 재편집한 유튜브 콘텐츠의 반향과 이슈를 반영한 캐스팅을 비롯해 현재 방송가에 몇 안 되는 예능 토크쇼로 각광받으며 동시간대 2049 시청률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골목식당>은 이제 백종원의 원맨쇼만으로는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와 스토리가 한계에 다다랐다. 이미 잘 알고 있는지, 부쩍 늘어난 빈자리를 서당개 멤버들인 정인선과 김성주의 활약과 선미 등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밑반찬일 뿐이다. 특별한 캐릭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길 떠나 일종의 재정비나 재점검 혹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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