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지지 아니라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생각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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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에게 70% 안팎의 표를 몰아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표심'이 두드러졌다.
강남 3구 주민들은 '부동산 문제'와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투표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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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사람들 투표장으로 몰려갈 명분 줬다"
"부동산 정책 실망에 LH 사태까지 터져 마음 바꿔"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에게 70% 안팎의 표를 몰아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표심’이 두드러졌다. 강남 3구 주민들은 ‘부동산 문제’와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투표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279만8209표(57.5%)를 얻어 당선된 오 후보는 강남구에선 73.54%의 득표율을 올렸고,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도 각각 71.02%, 63.9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부분 자치구에서 오 후보가 50%대의 득표율을 보인 것과 견주면 도드라지는 결과다.
<한겨레>가 접촉한 강남3구 주민들은 선택을 좌우한 핵심 요인으로 역시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먼저 꼽았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권아무개(36)씨는 지난해 총선까지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오 후보를 찍었다. 권씨는 “결혼하면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샀는데 보유세가 오르고 부담은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주변에 월세·전세 사는 친구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더라.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고 느꼈다“며 “동네 주민들은 오 후보가 당선이 되면 송파구에 (박 전 시장이 묶어놓은) 개발제한을 풀어서 공급량을 늘릴 것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실망을 느끼던 와중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 마음을 바꾸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월급 받고 직장 생활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안보이는데 공공기관 직원들이 편법으로 투기했다고 하니까 박탈감이 엄청 크더라고요. 수사를 한다고 해도 동네 주민들은 그래요. ‘못 믿겠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들 해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ㄱ(47)씨도 “이번 선거는 오 후보를 지지해서 찍는다기보다는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며 “부동산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고, 엘에이치 사태의 영향도 컸던 거 같다”고 짚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민심이 돌아섰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투표소에서 만난 장용덕(64)씨는 “여야 모두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여당의 내로남불,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타협하지 않는 정치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인 직장인 ㄴ(51·서울 서초구)씨는 “정부·여당이 (총선 이후) 지난 1년 동안 겉으로 입바른 소리하면서 뒤에서 자기꺼 챙기고 위선적인 모습까지 보여주지 않았냐”며 “대통령 탄핵당하고 태극기들이 광화문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는 걸 보면서 선거 이야기도 안 하고 투표도 안 했었는데 이번엔 강남 사람들도 꼭 투표장에 몰려갈 명분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찍고 싶은 후보가 없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아무개(46·서초구)씨는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마땅히 찍고 싶은 인물이 없었다”며 “투표를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자발적으로 투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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