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파주의, 점점 뚜렷해지고 일상적 삶에도 부정적 영향"

김준억 2021. 4. 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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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공저자 선스타인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정치 양극화로 나타나는 '당파주의'(partyism)가 미국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으며 일상적 삶에도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스트셀러 '넛지' 공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쓴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열린책들 펴냄)는 행동과학을 바탕으로 사회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2019년 미국에서 'HOW CHANGE HAPPENS'란 제목으로 출간한 이 책에서 여러 사회 변화 가운데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를 비중 있게 다룬다. 집단 극화란 논의 집단이 그 구성원의 기존 성향을 더욱더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현상이다.

특정 정당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이 종종 상대 당에 깊은 적대감을 품고, 그 당의 구성원이 부정적 특성들을 갖고 있다고 믿는 당파주의 역시 미국 사회에서 강력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저자가 인용한 연구 결과를 보면 1960년을 기준으로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5%,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4%만 자녀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상대와 결혼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 결혼에 대한 인종적 편견은 대폭 감소했지만, 정치적 편견은 많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저자는 당파주의는 정치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한 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의 장학생 선정에서도 정치적 입장은 인종보다 더 극적인 차이를 보였다. 고교 3학년의 인종적 단서(흑인학생회 회장)와 정치적 단서(청년공화당 회장) 등이 포함된 서류를 보고 누구에게 장학금을 줄 것인지 선택하도록 한 실험에 따르면 흑인들은 73%대 27%로 흑인 학생을 선호했고, 백인들도 흑인 학생에 대해 조금 더 낮은 선호를 보여 인종은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는 약 80% 정도로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후보를 택했다. 특히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후보자의 자격이 훨씬 더 우수할 때도 대부분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일치하는 후보자를 선택했지만, 인종과 관련해서는 자격이 우위를 점했다.

이런 당파주의를 촉발하는 원인으로 저자는 미디어를 주목한다. 정치적으로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분열된 미디어 시장으로 집단 극화 현상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이 특정 집단을 '다른 편'으로 규정할 때, 그리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악의적이고 권력에 굶주린 속물로 묘사할 때 시청자는 당파주의가 강화되는 경험을 한다고 분석한다. 소셜미디어 역시 당파적 자기 분류의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한다.

다만, 당파주의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의 산물이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당파주의를 조장하는 원인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영향에 대응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당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대처 방안으로 권한 위임을 꼽는다. 특히 정부 기관 내에서 기술 관료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대기 중 오존 농도 허용치를 현행 75ppb에서 70, 65, 혹은 60ppb로 낮춰야 하는가' 또는 '건설 현장에서 규소의 노출 수위를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예로 든다. 이런 질문은 기술적인 것으로 객관적 사실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는 답할 수 없으며 정책 결정자는 건강과 안전의 차원에서 상상 가능한 정책의 편익을 알아야 한다.

이런 논의에서도 가치 판단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가치나 당파적 입장이 뚜렷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특정한 결과에 대한 합의를 뒷받침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규소 규제에 10억 달러의 비용이 들고 이를 통해 연간 2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 그 방안을 지지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1억 달러의 비용으로 연간 700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이를 거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사실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서로 다른 정당 지지에 따른 의견 불일치는 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념적 확신에 완전히 얽매이지 않은 기술 관료가 관여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여러 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책은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혼란의 이면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와 거대한 사회 변화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들여다본다. 잠재적인 불만의 폭발적인 표출, 집단행동이 형성되는 과정, 사회 부조리를 깨고 새로운 가치관이 법으로 표현되기까지 사회 변화를 설명한다.

박세연 옮김. 472쪽. 2만2천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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