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했던 '골목식당', 어째서 평이해졌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4.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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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건 포방터 시장편이 아니었을까 싶다.

2018년 1월에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게 그 해 연말에 방영됐던 포방터 시장편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 이야기의 흡인력이 분명해서 꼭 챙겨봐야 할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 패턴이 거의 비슷해지고 그래서 쉽게 읽히기 때문에 굳이 챙겨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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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과 빌런 사이..'골목식당', 색다른 기획과 스토리 절실해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마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건 포방터 시장편이 아니었을까 싶다. 2018년 1월에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게 그 해 연말에 방영됐던 포방터 시장편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스토리텔링이 모두 있었다. 이미 완성된 실력을 갖고는 있었지만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돈가스집이 그 하나의 스토리였다면, 음식 솔루션보다 사장님의 가게를 대하는 태도가 더 문제였던 홍탁집이 또 하나의 스토리였다. 전자가 응원하고 지지하고픈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면, 후자는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으로 등장해 개과천선하고 성장하는 반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주목시켰다.

하지만 그 때의 최고점을 지난 후, 그만한 스토리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물론 화재로 터전을 잃고 임시로 마련한 가게에서 고군분투하던 칼국숫집 사장님과 그를 돕는 미담이 화제가 된 바 있고, 코로나19를 맞아 모두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해 돈가스집이 덮죽집으로 재탄생하는 걸 보여준 포항 덮죽집 사장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그렇지만 이들 이야기 역시 저 포방터 시장의 두 이야기 부류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었다. 미담이냐 빌런이냐 그 사이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어 달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강동구 길동 골목편도 크게 보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새로운 스토리로 출연한 가게의 사장님들이 '아빠'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운 게 다르다고 하면 다른 지점이었지만 그게 그렇게 프로그램을 색다른 이야기로 채워놓지는 못했다.

아마도 코로나19 이후 그잖아도 어려워진 요식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과거만큼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잘못된 것들을 지적하는 백종원의 목소리는 냉엄하지만, 그렇다고 출연자들이 '빌런'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방송은 끌고 가지 않는다. 곧바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출연자들의 입장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주고 있어서다.

물론 이런 방식은 바람직한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다. 빌런보다는 미담이 더 필요한 시국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이 두 부류의 스토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해진 것 역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그 이야기의 흡인력이 분명해서 꼭 챙겨봐야 할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 패턴이 거의 비슷해지고 그래서 쉽게 읽히기 때문에 굳이 챙겨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공하고 사장님들에게 늘 당부하는 건,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초심을 지키라는 것. <백종원의 골목식당> 역시 그 변함없는 프로그램의 맛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일일 게다. 하지만 '골목을 살린다'는 그 취지를 지키는 일과 더불어, 방송이 좀 더 다채로운 맛으로 시청자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노력은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야말로 애초 초심이라 할 수 있는 '골목을 살리는' 그 취지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의 맛이 일정하다는 건 초심을 지켜낼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프로그램의 맛이란 반복되면 둔감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정도로 오래 방영됐다면, 조금은 과감한 기획들이 더해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골목을 찾아가도 미담과 빌런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가게 된다면 그 효과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좀 더 색다른 기획과 스토리가 필요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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