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 KF-X 사업 '미납' 분담금 문제 해결될까

박병수 2021. 4. 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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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장관 오후엔 청와대 예방
이달초 KF-X 시제기 출고식 참석, 긍정 신호
당장 미납 분담금 문제 등 해결은 어려울 듯
서욱 국방장관(오른쪽)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가 연체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분담금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을지 관심을 모은다.

국방부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 뒤 자료를 내어 한국형전투기 사업과 관련해 “KF-X/IF-X 공동개발사업 등 방산분야 협력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방산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IF-X는 한국형전투기 사업의 한국쪽 영어 약어 KF-X에 대응하는 인도네시아쪽 약어로, 원칙적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개발 사업을 지속하기로 공감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라보워 장관은 이날 오후엔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이달 초로 예상된 한국형전투기 시제기 출고식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프라보워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이 성공적으로 국가를 발전시켜 오고 현대화한 점,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킨 점에 저는 감탄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국과의 협력 사업들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프라보워 장관이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동개발 사업 성공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2015년부터 2028년까지 8조8000억원을 투자해 우리 공군의 차기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80% 대 20%로 지분 참여하는 공동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분 참여의 대가로 한국으로부터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넘겨받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48대를 생산한다. 프라보워 장관의 이번 방한도 지분 참여자 자격으로 시제기 출고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이번 프라보워 장관의 방한은 특히 인도네시아가 그동안 약속한 분담금을 연체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여 의지가 의심받는 국면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총 1조7619억원의 납부를 약속한 인도네시아는 그때까지 내야 할 분담금 8316억원 가운데 2272억원만 내고 6044억원을 미납했다. 인도네시아는 또 지난해 3월 경남 사천의 카이(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 파견돼 있던 기술진 114명을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본국으로 철수시킨 뒤 다시 파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가 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진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분 축소 등 분담률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9년 4월 대우조선에 추가로 주문한 10억2000만 달러 규모의 잠수함 3척에 대해서도 계약금 납입을 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정보 포탈 제인스(janes.com)을 보면, 인도네시아의 국방 예산은 지난해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6억달러 가까이 삭감된 9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15억달러로 다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서용원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5일 언론 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비율 축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서 대변인은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이 한국형전투기 사업 이행조건으로 50억달러(약 5조6300억원)어치 차관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방사청에서 답변할 사안이 아닌 걸로 안다”고 답변을 피했다.

인도네시아가 기술 이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이가 한국형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핵심기술 중에는 원천기술이 미국산인 경우가 많다. 미국은 인도네시아가 러시아와 군사기술 협력 관계인 점을 우려해, 한국이 미국의 민감한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넘겨주는 것에 대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기술 협력에 제동을 걸 경우 기술 이전이 제대로 이뤄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의장사열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이런 논란 속에 이뤄지는 프라보워 장관의 이번 방한은 한국형전투기 사업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한국형전투기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시제기 출고식에 맞춰 프라보워 장관을 초청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강은호 방사청장이 인도네시아 잠수함 진수식 행사를 계기로 날아가 초청장을 직접 전달했다.

정부는 방한한 프라보워 장관을 각별하게 대우하고 있다. 이날 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서는 의장대 사열행사가 예포 19발이 울리며 정중하게 열렸고, 오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 데 이어 다음날인 8일엔 정세균 국무총리 면담이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프라보워 장관이 만나고 싶은 인사는 다 만나게 해주는 등 최대한의 예우를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문제가 당장 해결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사정이나 기술 이전과 관련한 우려 사항 등은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로서는 한국과의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정광선 한국형전투기 사업단장은 지난달 카이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공동개발이 무산되더라도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만약의 사태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어떻게든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한국형전투기 사업 참여 말고도 이미 국내 개발한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잠수함 등을 구매한 한국 방산 수출시장의 ‘큰 손’이다. 정부는 한국형전투기 문제로 인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향후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바로가기: 3도면에서 튀어나온 한국형전투기의 첫 위용…다음달 출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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