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흐드러지게 핀 꽃.. 원산지는 日 아닌 '제주 토종'

제주행플특별취재팀 2021. 4. 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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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를 보이는 지난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에 봄의 전령 유채꽃과 벚꽃이 활짝 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벚꽃이 한창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벚꽃 소식을 알리는 제주에서 만개한 이 벚꽃은 국산일까, 일본산일까. 일본에도 왕벚나무(워싱턴 DC에 있는 벚나무군락이 일본 품종이다)가 있다. 벚나무중 꽃이 커서 왕이란 글자가 붙은 왕벚나무는, 벚꽃이라면 일본이 원산지라는 인식이 있어서 일본에서 건너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서로 다른 종이다. 그런 오해를 받은 발단은 1908년 프랑스인 선교사인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 해발 600 부근에서 자생 왕벚나무를 발견하면서였다. 타케 신부로부터 표본을 받은 독일 식물학자 케네 박사는 널리 알려진 벚꽃 품종인 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와 같다는 평을 내놨다. 이로써 우리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라는 추정과 일본 왕벚나무가 한반도로 전래했다는 설이 맞섰다.

결국 국립산림과학원이 나서 DNA분석을 2001년에 시도했다.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와 국내에 식재된 왕벚나무, 일본의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DNA 분석을 했더니 대부분의 자생 왕벚나무는 식재 및 일본 왕벚나무와 다른 DNA를 갖고 있는 반면 일부 개체는 일본 및 식재 왕벚과 같았다. 산림과학원은 이를 바탕으로 제주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갔고, 국내에 식재된 왕벚나무는 일본에서 다시 옮겨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2014년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김승철 교수 연구팀이 다시 DNA분석을 통해 왕벚나무가 제주도 자생 올벚나무와 벚나무, 산벚나무 복합체의 교잡으로 발생한 종이라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2018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명지대, 가천대 연구진과 함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함으로써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는 제주도 자생 올벚나무와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로 인해 생성된 1세대 자연 잡종으로 일본 왕벚나무와는 별개인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벚나무는 꽃만 좋은게 아니다. 꽃에 향은 별로 없지만 나무는 쓰임새가 많았다. 고려시대에 몽골군을 불경으로 막으려고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는데 그 판의 60%가 산벚나무로 만들어졌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조사 결과다. 벚나무 종류들은 가로로 껍질이 갈라져 넓적하게 떼어낼 수 있는데다 표면도 매끄러운 덕분이다. 그 벚나무의 껍질을 ‘화피’라고 불렀다. 역시 활을 만드는 데 긴요한 재료였다.

현재 전국에 오래된 벚나무로는 2017년 발견된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왕벚나무(수령 268년)와 구례의 화엄사 경내의 올벚나무(수령 3백여 년 추정)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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