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소리 못 내는 베트남 아이들

베트남 아동 인권 실태‧정책 발전 방향 모색 위한 보고서 발간

7개 지역 1700여 명 아이들 대상 조사... 약 90% “의사 표현 기회 없어”

베트남 정부, 교육 워크숍을 통한 아동 인권 교육 촉진 계획  

베트남 아동 10명 중 9명은 어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2일 베트남 노동부 뉴스에 따르면, 베트남 지속가능 발전 경영팀과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아동 인권 실태를 알아보고 아동인권 정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보고서 ‘Voice of children’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베트남 발전 경영팀이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베트남 7개 지역에 사는 1692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90%를 차지하는 아이들은 “사실상 의사 결정자들(정부, 학교 교장, 교사, 부모님 등)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거의 혹은 아예 없다”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가장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주제는 학교생활(61.3%), 성 평등(44.3%), 아동 안전(43.4%), 그 외에 인터넷,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부모님의 양육 방법 문제 등이었다.

또한, 아이들이 뽑은 ‘베트남 정부가 아동 인권을 위해 예의주시 해야 할 세 가지 문제’는 아동 학대 (4.78점/5점 만점), 온라인 상 폭력 (4.53점), 체벌 (4.49점)이었다.

◆보고서 'Voice of children'의 이미지 ©Save the children resource centre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고작 전체 인원의 50%로, 아직까지 베트남 내에 유엔 권리 협약과 더불어 전 세계가 보장받는 아동 인권에 대한 교육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베트남 정부는 아동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학대피해 신고 전화인 ‘국가 아동 보호 핫라인 111’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아동 인권 교육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돕는 아동 친화적(child-friendly) 메커니즘을 따르고, 가정에서는 체벌이 없는 긍정적인 훈육(positive discipline)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아동 인권 워크숍 개최

베트남 노동부 뉴스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정부는 아동 인권 신장을 위한 대책으로 교육 워크숍을 통한 아동 인권 교육 촉진 안을 내놓았다.

바오 머이(Bao moi) 등 현지 언론은 지난 3월 22일 하노이에 있는 남뜨리엠(Nam tu liem) 중학교에서 베트남의 지속가능 발전 경영 연구팀과 노동사회부가 위 보고서의 설문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아동 인권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들을 알아보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에는 중학교 학생 약 700여 명, 교사, 학부모, 남뜨리엠구 교육훈련부 장관, 노동부, 정보 보호‧통신부,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설문 조사 항목 중 아이들이 가장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던 주제들(학교 생활, 성평등, 아동안전 등)에 대해 손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워크숍은 2021년 4월 중 하이퐁, 라오 까이, 후에, 닥락, 호찌민, 티엔 쟝 등의 지역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아이들 문제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아동 인권 신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전국의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올바르게 알고 실현하기 위하여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신속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 박정인 글로벌 리포터 jipark214@naver.com

■ 필자 소개

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국제경영학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