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어-빈센조 '당한 만큼 그대로' 복수가 주는 통쾌함[TV와치]

서유나 2021. 4.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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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악은 악으로, 당한 만큼 그대로. 얼마나 통쾌한 복수인가.

소시민은 거대 기업에 짓밟히고, 다수의 여성은 압도적으로 힘 우위에 있는 남성들의 범죄 대상이 되며, 인간의 목숨은 사이코패스에게 한낱 파리 목숨처럼 다뤄지는 '약육강식(弱肉強食)'의 법칙. 드라마 속에서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늘 먹어 치우는 자는 강하고, 먹히는 자는 약하디 약한 잔인한 현실. 이에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인 주인공들의 문제 해결 방식은 보통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깝다. 당한 것을 고스란히 갚아주기 위해 주인공이 가야 할 길은 몹시 멀고도 험난하다.

더욱이 이런 주인공들의 복수가 항상 속 시원하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은 늘 주인공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이해 못 할 용서를 하거나 당한 만큼에 못 미치는 복수를 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갇혀 있는 건 '주인공은 그래도 선을 넘어선 안 돼'라는 법과 윤리성의 굴레이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속 복수의 트렌드는 점차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주인공에게 몇 가지 설정을 더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처절한 복수법을 용인한 다음 두 작품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먼저 4월 7일 방송된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 '더 페어'(극본 추현정, 연출 민정아)의 류희선(남규리 분)은 어린 시절 살인범 강민욱(이현균 분)의 손에 엄마를 잃은 피해자에서 새로운 형벌 제도 가상 범죄 프로그램(VCP)의 개발자로 변신한다. 류희선이 바라는 건 VCP로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같은 살해 방식을 가상으로 적용, 그들이 피해자와 똑같은 죽음의 공포와 고통을 겪는 것. 류희선은 그들이 법에 의해 대리 용서받지 않고 피해자와 똑같이 영원한 지옥 속에서 살길 바란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 연출 김희원) 역시 마찬가지다. 극 중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인 빈센조는 한국의 마피아나 다름없는 거대 제약회사 바벨과 그와 짬짜미한 로펌 우상을 상대로 통쾌한 앙갚음을 보여준다. "그게 내 방식이에요.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라는 빈센조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잡아먹는 게 이치라면 그는 강한 자가 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강한 자가 행할 수 있는 최대의 벌엔 물론 살인도 포함된다.

이 두 드라마는 지금껏 법과 윤리에 의해 브레이크 걸리곤 했던 주인공의 복수법에 '진짜 죽지 않는 가상의 형벌', '마피아식 복수'라는 각각의 설정을 더하며 과감히 액셀을 밟는다. 시청자들은 통쾌함보단 절실함에 가까운 극 중 피해자들의 표정에서 '이런 복수법도 나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어렴풋하게 된다. 이 두 드라마의 복수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연료로 끊임없이 굴러간다.

물론 실제 세상은 드라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이 현실에 VCP 프로그램에 적용된다면 다수의 인권단체가 들고일어날 것이고,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가 정의의 감투를 쓰고 활개를 친다면 이 역시 뜨거운 여론전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두 드라마를 향한 반향은 더욱 뜨겁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봤을 분노한 약자가 결국엔 강자를 잡아먹어 버리는 세상. 비열함엔 비열함으로 간악함엔 간악함으로 응하며 결코 도덕으로도 법으로도 용서하지 않는 세상. 딱 뿌린 대로만 거두는 세상.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당한 만큼, 딱 그만큼만 그대로.

'더 페어'에서 검거된 이후 단 한차례도 반성하지 않던 연쇄살인범 고도영(차학연 분)은 VCP를 통해 피해자의 입장이 되고 나서야 "살려 달라"며 자신의 목숨을 구걸한다. 일곱 번의 살인으로 일곱 명 이상의 삶을 망가뜨린 그는 단 세 번의 가상 죽음에 무릎 꿇는다.

'빈센조'에서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트럭으로 사람을 밀어버린 최명희(김여진 분) 역시 자신을 위협하는 트럭 앞에선 잔뜩 몸을 웅크리며 무력하게 군다. 악당은 자신을 위협하는 악 앞에선 꽁무니를 뺀다. 통쾌한 복수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법과 윤리를 잠시 잊고 '악은 악으로, 당한 만큼 그대로'에 매료되는 이유이다. (사진= tvN '더 페어', '빈센조')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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