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지중해 풍광이?] 영화 '자산어보' 뜨면서 촬영지도 '핫플레이스'..자은도 소한운·도초도

박영서 2021. 4. 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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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운 해변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해넘이 길'에서 본 바다 일몰.
하늘에서 내려다본 소한운 해변. 신안군 제공
도초도 발매리 해변의 초가집 촬영세트. 신안군 제공
흑산도 복성재(復性齋). 신안군 제공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 선생이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청년 어부 창대와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달 31일 개봉해 8일 현재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흑백 영상미의 압권인 이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촬영지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자은도(慈恩島), 도초도(都草島), 흑산도(黑山島) 등 전남 신안의 섬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촬영지는 숨어있던 보석이었다. 영화 상영과 함께 그동안 덮어 두었던 베일을 벗어 던지고 속살을 내보였다. 마치 지중해 해변 같은 분위기에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준익 감독이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를 알 만하다. 빼어난 자연미를 자랑하는 그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본다.

▶자은도 '소한운 해변'=누가 뭐래도 자은도는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해변길로 이름난 섬이다. 신안 섬 가운데 해수욕장이 가장 많다. 큼지막한 해수욕장이 무려 아홉 개나 있다. 백길·면전·신성·분계·양산·내치·외기·신돌·둔장 등이다. 백사장 규모가 작은 곳까지 포함하면 자그마치 64개나 있다고 한다. 어떤 집 앞마당에 작은 해수욕장이 있을 정도로 셀 수 없이 많다.

영화 '자산어보'의 일부 장면은 이런 자은도의 해변에서 촬영됐다. '소한운(小閑雲) 해수욕장'으로 불리는 해변이다. 영화 첫 장면, 바닷가 어시장이 열리는 장소가 바로 이 곳이다.

소한운 해변은 한운리에서 둔장으로 가는 '해안길'을 가다보면 중간 쯤 자리잡고 있다. 약 12km에 이르는 이 해안길은 '대한민국 5대 해안 누리길'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일명 '해넘이 길'로 불리는 이 길은 황홀한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어 사진작가들의 단골 코스다.

도로 폭은 3m쯤 되어 자전거는 물론이고 자동차도 지나갈 수 있다. 길섶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진갈색 억새, 진분홍 싸리나무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계절 따라 진달래, 금계국, 원추리, 도라지, 들국화 등이 꽃을 피워 지나가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각종 수목의 화려한 향연을 즐기며 걷다가 문득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마술처럼 단아한 해변이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바로 소한운 해변이다. 산 허리에 기대있는 이 해변은 특이하다. 반은 몽돌해변이고 반은 모래사장이다. 반질반질 윤기나는 작은 몽돌을 바닷물이 간지럽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입자 고운 모래를 밟으면 푹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마치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을 걷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바닷물이 빠지면 해변은 더 넓게 드러난다. 해변 안쪽으로 옛날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묵정밭이 있다. 그 뒤로 숲이 울창하다. 바다 건너 증도(甑島)가 보인다. 밤이 되면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소한운의 옥색 바닷물은 깨끗하고 수심은 완만하다. 고운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나간다. 해풍은 따스하다. 바다 앞에는 무인도 하나가 아련히 떠 있다. 해변 옆에는 조그만 동굴도 있다. 주변에는 사람 한 명 없다. 새들만이 여행객을 반긴다. '한운'이란 이름 그대로 참으로 한가롭고 운치가 있다.

마치 무인도에 온 기분이다. 자연 그대로다. 아직 이 곳이 개발이 안된 덕분이다. 톰 행크스 주연의 미국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만약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촬영지는 분명 소한운이 됐을 것이다. 이준익 감독이 이 곳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소한운 해변은 일상의 소소한 고민거리를 조용히 날려보내는 곳이다. 이국적 분위기가 흠뻑 느껴지는 소한운 해변은 자은도의 숨은 안식처이자 또 다른 볼거리다.

▶도초도 '발매리 해변'=도초도는 수국(水菊)의 섬이다. 해마다 수국축제가 열린다. 70년 이상이 된 팽나무 명품 숲길도 조성되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끈다.

이 섬의 발매리 해변 언덕에는 정약전 선생의 거처로 지어진 세트장이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오르면 초가집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초가집 마루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어 서늘하기까지 하다. 초가집 뒤편으론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바다 끝에 보이는 또 다른 섬 우이도(牛耳島)가 신비스럽다.

초가집 왼쪽에는 산책할 수 있는 작은 길이 있다.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천천히 걷다보면 머리 속까지 힐링이 절로 된다. 이 초가집은 SNS을 통해 소개되면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도초도는 이 곳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명소가 많다. 주변에 감나무가 많다고 해 '시목(枾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시목 해수욕장, 200만 송이의 수국이 피는 수국공원, 해학적 형태의 석장승 등은 여행객들에게 신선한 자연미와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흑산도 '사리마을'=흑산도는 유배의 섬으로 불린다. 신유박해가 터지자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각각 유배길에 오른다.

자산어보의 흔적을 찾으려면 사리(沙里)마을로 가야 한다. 옛 이름은 모래미다. 사리마을은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정약전이 머문 '복성재(復性齋)'가 복원되어 있다. 정약전은 이 섬으로 유배를 와서 복성재를 짓고 마을 청소년들을 가르쳤다. 또한 이 곳에서 우리나라 최초 수산학 관계 서적인 자산어보를 저작했다. 복성재는 사촌서당으로도 불린다. 이 곳에 유배온 정약전, 최익현, 김홍록, 김귀주 등 모두 17명의 개별 비석이 눈에 띈다.

진리마을에는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 옆에는 귀신을 부른다는 일명 '귀신(鬼神)나무'가 서있다. 제주도와 흑산도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수종이다. 진리마을의 배낭기변 해수욕장은 규모는 작지만 깨끗하고 아름답다. 해양경찰파출소 뒤 자산문화회관에는 자산어보 전시실과 해양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다.

흑산항을 조망하는 상라산 전망대, 흑산항 오른편에 있는 흑산도 아가씨 동산, 신안철새전시관, 새조각공원 등도 들러보자. S자 모양의 구불구불 일주도로는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배가 출출해지면 홍어 한 점에다 회색빛 띄는 흑산 막걸리 한 잔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직까지 흑산도는 교통이 불편하다. 서울에서 흑산도를 가려면 목포까지 이동한 후 쾌속선으로 2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신안군은 영화 '자산어보'를 계기로 흑산도의 숙원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에 속도가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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