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18%p' 격차 민심…주인공은 문재인 대통령

박종진 기자 2021. 4.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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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4년 전 탄핵으로 보수야당을 침몰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띄워준 민심이, 1년 전 만해도 민주당에 180석의 압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이번에는 뒤집혔다.

차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력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이제라도 민심을 제대로 듣고 정책 대전환을 꾀해 달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통합적 거국내각 구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 모습을 봤을 때 대통령이 변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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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진's 종소리]
[편집자주] 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4.5/뉴스1
민심은 무서웠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가 다시 한 번 각인됐다. 4년 전 탄핵으로 보수야당을 침몰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띄워준 민심이, 1년 전 만해도 민주당에 180석의 압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이번에는 뒤집혔다.

11년 만에 수도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이겼다. 무려 18%포인트(p) 격차다. 시민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투표 직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주문을 외듯 ‘샤이 진보'를 외치고 ‘바닥 민심이 달라졌다‘고 했지만, 결과는 여당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붕괴된 공정의 가치, 무너진 K방역, 참담한 부동산 문제 등 원인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핵심은 ‘몰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극성 지지자들만 쳐다보며 감성팔이 하는 사이 국민들의 감성과는 완전히 멀어졌다.

분노를 읽었다면 10만원씩 돈 봉투 돌리는 수준의 공약을 냈을 리 없다. 일자리만 생각하면 가슴부터 막혀오는 청년들에게 달래듯 5기가바이트 무료 데이터를 주겠다는 발상도 할 수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생태탕만 물고 늘어지는 참사는 더더욱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을 무시했다. 달콤한 유혹도 네거티브도 전혀 통하지 않는데 통할 거라 믿었다. 무지와 무시는 함께 간다. 몰랐으니 무시하게 되고 무시하니 모르게 된다.

참패는 예고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유예된 정권심판론의 봉인이 해제’됐다. 조국 사태 때부터 참기 어려운 정도로 치밀어온 국민의 분노가 코로나 사태 초기 K방역 효과로 잠시 분출이 미뤄졌을 뿐이란 얘기다.

주인공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법무부 장관 한명 때문에 온 나라가 두 동강 났는데도 침묵을 지키더니 “마음에 빚을 졌다”는 말을 국민이 아닌 조국 전 장관을 향해 했다. 집값 폭등으로 ‘벼락거지’가 쏟아지는데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말했던 장본인이다. 국민들은 하나하나 다 가슴에 새겨 넣었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4·7재보궐선거 투표일인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초등학교에 마련된 홍제3동 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4.7/뉴스1


민심을 확인했으면 변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권의 레임덕에는 관심 없다. 실패한 대통령을 바라지도 않는다. 연일 치솟는 확진자 숫자에 불안하고 일상이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 국민을 위한다면 대통령은 남은 1년이라도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야권에서 나오는 ‘통합 내각’ 구성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전 국무총리) 연합을 이끌었던 전략가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8일 문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소속 정당을 탈당하고 전면 내각개편을 단행하되 사실상 정파를 초월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력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이제라도 민심을 제대로 듣고 정책 대전환을 꾀해 달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통합적 거국내각 구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 공학적 계산이나 내년 대선 셈법이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지금까지 모습을 봤을 때 대통령이 변할지는 의문이다. 이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정말 엄중히 받아들이는지는 이후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전히 민심이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더욱 뭉치자는 극렬 지지자에게 자꾸 눈길이 갈지도 모른다.

이해 안 될 때는 외우라는 명언이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득표율의 압도적 격차만 외우자. ‘18%p’. 이게 민심이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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