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한 반성으로 재탄생..뮤지컬 '광주' 다시 뛴다"

윤종성 2021. 4.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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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초연 무대를 가진 뮤지컬 '광주'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를 군인으로 설정해 계엄군을 미화했다는 지적,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던 연출이 광주시민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초연에서 시위대 진압을 위해 광주에 투입된 베테랑 군인으로 표현됐던 박한수가 이번에는 광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신참 군인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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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가 인터뷰]
뮤지컬 '광주', 6개월 만에 재공연
"드라마 보강· 복잡한 서사 손질..
고집 버리고 나니 본질 가까워져"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해 10월 초연 무대를 가진 뮤지컬 ‘광주’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를 군인으로 설정해 계엄군을 미화했다는 지적,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려던 연출이 광주시민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스타 연출가’로 칭송받던 고선웅이기에 무척 낯설었던 장면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뮤지컬 ‘광주’의 고선웅 연출(왼쪽)과 최우정 작곡가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광주’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은 여전히 미심쩍어 한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선웅도 익히 아는 눈치다. 하지만 그는 “관객들의 비판, 비난, 애정어린 조언을 보며 통렬하게 반성했다”면서 “드라마를 보강하고, 복잡했던 서사를 간결하게 손질하는 등 전면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집하던 걸 버리고 나니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연출선도 보다 선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본질적 가치만 남겨두고 모조리 뜯어고쳤다는 설명이다.

고선웅은 초연 당시 관객들의 리뷰를 꼼꼼히 챙겨봤다고 했다. 외면하려 해도 제작사인 라이브가 계속 관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그에게 알려줘 안 볼 수가 없었다. 처음엔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에 화가 나고 속상했지만, 곱씹어보니 관객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고선웅은 “숲 속에만 있어 숲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작심한 것은 관객은 늘 옳으며, 그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으면 깨닫는 게 있다’는 송담스님의 말을 빌려 “시행착오를 겪으며 분명 진화했다”고 자신했다.

이번 시즌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박한수의 캐릭터 설정이 확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초연에서 시위대 진압을 위해 광주에 투입된 베테랑 군인으로 표현됐던 박한수가 이번에는 광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신참 군인으로 그려진다. 또 투철한 신념을 가진 야학교사 문수경과는 어린 시절 친구라는 설정을 삽입해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특히 마지막에는 1980년 광주 학살의 증인이 된 박한수가 기자회견장에서 무릎 꿇고 양심고백을 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서사의 변화와 함께 음악도 대폭 수정됐다. 극을 가볍게 했던 트롯 넘버(노래)는 뺐다. 최우정 작곡가는 “박한수라는 인물의 정체성이 바뀌면서 음악에도 큰 변화를 줘야 했다”면서 “재연을 준비하면서 일부는 새로 썼고, 기존에 써 뒀던 곡들을 다시 활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초연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불협화음과 엇박자 등이 많이 사라져 훨씬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페라 ‘1945’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 고선웅은 “최우정의 음악은 놀랍도록 정교하다”고 말했고, 최우정은 고선웅에 대해 “음악을 읽을 줄 아는 연출가”라고 추켜세웠다. 인터뷰 말미, 고선웅은 “이번에는 반드시 재미있으면서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더이상 관객들이 화내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광주’는 오는 13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민우혁, 신우(B1A4), 민영기, 김종구, 장은아, 이봄소리, 이정열 등이 출연한다. 관람료는 6만~14만원.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뮤지컬 ‘광주’의 최우정 작곡가(왼쪽)와 고선웅 연출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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