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몰라 몰라 암것도 몰라, 뭘 모르는지도 몰라 몰라"

김은비 2021. 4.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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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 공연의 극본을 맡은 김춘봉 작가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역의 어느 마을에서 200년이 넘은 반얀트리(Banyan Tree)에 얽힌 이야기를 접한다.

이 창극의 영감이 되어준 인도의 반얀트리 소원나무 그리고 나그네 이야기 때문인지, '나무, 물고기, 달' 등장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순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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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국립극장 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

[조종훈 프로덕션 고금 대표]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 공연의 극본을 맡은 김춘봉 작가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역의 어느 마을에서 200년이 넘은 반얀트리(Banyan Tree)에 얽힌 이야기를 접한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 우연히 반얀트리 아래에서 쉬게 된다. 그 나그네는 쉬는 동안 목이 말랐고,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했다. 나그네가 먹고 싶다는 상상을 한 동시에 눈앞에 물과 음식이 놓인다. 잠시 머물 수 있게 나무 그늘이 되어준 반얀트리는 알고 보니 소원나무였다.

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사진=국립창극단)
그 나그네는 또 다른 생각을 한다. 며칠 전 어느 숲에서 만난 호랑이를 피해 겨우 목숨을 건진 일을. 그때 나그네 앞에 호랑이가 나타난다. 나그네는 결국 호랑이에 잡아먹힌다. 김봉춘 작가는 인도에서 만난 이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창작 창극 ‘나무, 물고기, 달’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설화에서 몇 가지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는 더 풍성해진다.

이 창극의 영감이 되어준 인도의 반얀트리 소원나무 그리고 나그네 이야기 때문인지, ‘나무, 물고기, 달’ 등장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순례자’다. 첫 등장부터 의미심장하다. ‘순례자’는 첫 등장과 함께 노래한다. “몰라 몰라 암것도 몰라 뭘 모르는지도 몰라 몰라. 아무것도 모르겠네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 세상은 텅 비어있고, 괴로움도 없고 지혜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니 이상도 하지.” 지나고 나니 어찌 보면 순례자는 이미 이 노래에서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이야기 속 나그네처럼 결국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머릿속에서 지워질 수 없다는 것. 결국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하나, 자기 자신의 깊은 내면과 불행을 부정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소원나무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것 같다.

‘나무, 물고기, 달’에서 김춘봉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면과 행복을 바라는 인간의 모습은 배요섭 연출과 이자람 음악감독을 만나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무대 위에 그려진다. 이 작품은 창작 창극이다. 전통창극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구성 위에 창작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창극은 이야기를 주도해 이끌어 가는 창자인 주인공이 있다. 하지만 ‘나무, 물고기, 달’에서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등장인물 9명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배요섭 연출은 “시각적인 스펙터클이나 미장센보다는 소리의 힘에 의존하는 작품이며, 이야기 구조도 느슨하고 클라이맥스도 시원한 결말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정말 이번 작품은 심심한 결말로 끝이 난다. 하지만 연출가의 의도대로 공연이 끝나면 잠시 생각에 잠겨 뒤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객석을 나서며 나도 모르게 ‘순례자’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몰라 몰라 암것도 몰라 뭘 모르는지도 몰라 몰라. 아무것도 모르겠네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어.”

‘나무, 물고기, 달’ 작품을 보면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수많은 한국설화와 알려지지 않은 각 지역의 신화가 창작 창극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심에 국립극장 창극단이 이번처럼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폭넓은 세대들이 즐겨볼 수 있는 레퍼토리로 확장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나무, 물고기, 달’은 창작 창극의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해 가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생각한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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