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빠진 민주당.. 참패 후폭풍 수습 놓고 갈등 격화

4·7재보선 참패 후폭풍, 수습책 마련 주체 놓고 이견
지도부 총사퇴 및 전면 쇄신론 부상.. 친문 책임론도
차기 대권 놓고 진영 간 갈등 커질 듯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격랑에 빠져들었다. ‘샤이진보’ 결집으로 불리한 선거전을 극복하려던 여권은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시작된 부동산 악재를 돌파하지 못하고 사실상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격차가 나자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당내 ‘친문’(친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 지도부 총사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차가운 민심을 확인한 민주당은 선거 다음날인 8일 오전 긴급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수습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선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수도 서울과 제2도시 부산의 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줬기 때문이다. 선거 패배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와 전면 쇄신론이 부상한 가운데 그동안 당을 이끌어온 친문 세력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애초 다음 달 9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4·7재보궐선거 참패로 수정이 불가피하다.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최고위원도 공동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정대로 새 지도부를 선출해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현재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데 친문을 강조해오던 그간의 경쟁구도와는 결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 당권주자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선거 패배로 친문이 힘을 잃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비문’(비문재인)을 중심으로 당을 수습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당권주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전략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악재가 직접적인 원인이긴 했으나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건 무리한 검찰개혁 등 ‘입법 독주’가 선거 패배에 영향을 줬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내달 중순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친문이 아닌 비문 성향의 원내지도부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윤호중·안규백·박완주 의원의 출마가 현재 거론되는데 윤 의원은 친문 핵심이며 안 의원과 박 의원은 친문 성향이 옅다.

차기 대선에 나설 대권 경선 일정을 놓고도 마찰이 예상된다. 이렇다 할 주자가 없는 대권 주자가 없는 친문진영에서 선거 패배를 이유로 경선 일정 연기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총리직 사임 초읽기에 들어간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선을 다소 미루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원칙대로 경선 일정을 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대선 경선을 연기하더라도 한두 달에 그칠 가능성이 큰 만큼 대권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각 진영간에 갈등이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현 (seij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