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부동산, 정권심판론..예고된 與의 참패
자당 단체장 성 비위 사건이 촉발한 재보선 민심 오판
선거 막바지 네거티브 전략도 '자충수'
[이데일리 이성기 김정현 기자] 정책과 인물은 실종됐고, 막판 `읍소` 전략도 거센 `정권 심판론`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1년 전인 지난 21대 총선에서 180석(더불어민주당 163+더불어시민당 17)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던 거대 여당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통하는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참패를 피할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 지난 4년간 부동산 폭등에 따른 성난 민심은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집권 세력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기승전-부동산 `치명타`…與 성(性)비위 사건 공감 능력 부재
무엇보다 `부동산 선거`라 불릴 정도로 부동산 가격 급등이 여권에는 치명타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7일 “24차례(2·4 대책 제외)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 단속도 제대로 못한 탓에 화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악재 속에 불거진 `LH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신뢰마저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발본 색원 등 부동산 투기 고강도 대책을 주문하며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섰지만, `임대차 3법` 개정안 시행 전 전셋값을 크게 올린 것으로 드러나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 사건은 `내로남불`이란 비난에 휩싸였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당선 당시 집값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약과 달리 지난 5년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상승했고 소득 상승은 20% 미만에 그쳤다”고 지적한 뒤, “2022년 임기가 끝나고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결과와 무관하게 공공주도의 공급 방안인 `2·4 대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불변하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2·4 대책 기조는 그대로 간다는 것”이라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패배는 선거 전략 측면의 잘못된 `포석`(布石)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혈세 824억원(서울 571억, 부산 253억원)을 낭비하게 된 데 대해 먼저 사죄를 했어야 했는데 민심을 오판(誤判)했다는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니 뒤늦게 사죄하고 읍소에 나섰지만, 등돌린 민심을 달래기에는 이미 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도 부족해 여성·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측은 `피해 호소인 3인방`(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을 선대본부장 및 대변인 등 전면에 내세웠다가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일괄 사퇴했다. 사퇴 이후에도 꾸준히 박 후보 유세 활동에 동참해 온 이들은 투표 당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막판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빈축을 샀다.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로 얼룩
열세인 판세를 뒤집기 위해 네거티브 공방에 매달린 것이 되레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이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고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갔다. 박영선 후보 측은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에도 거짓말만 계속하고 용산 참사, 무상급식 사퇴, 7조 빚의 전시행정 등 실패한 시정에 대한 성찰도 반성도 없다”고 날을 세웠지만, 정권 심판론 앞에서 별다른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
`국내 1세대 정치평론가`로 통하는 유창선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누가 최악의 선거를 만들었을까`란 글에서 “2021년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을 뽑는 선거의 최대 쟁점이 `생태탕`이 되어버린 현실은 그로테스크(grotesque·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한 것”이라면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불법·부당한 관여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인데 아무 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생태탕` 얘기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이어 “생뚱맞게도 `노회찬` 이름을 소환하며 6411번 버스를 타더니 마지막에는 느닷없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소환됐다”면서 “`노무현`의 이름이 대체 이번 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여당으로서는 정말 버라이어티하게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보고 끝낸 선거인 것 같다. 하지만 공감 능력이 부재한 캠프였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성기 (bey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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