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내 평생 그보다 공정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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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컴패니스(Al Campanis, 1916~1998)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출신 매니저로, LA 다저스 총감독(1968~1987)을 지내며 월드시리즈 4회 우승(74, 77, 78, 81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메이저리그 인종 장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의 데뷔 40주년이던 1987년 4월 6일, ABC '나이트라인'과의 2분여 인터뷰에서 컴패니스는 왜 흑인 감독과 총감독이 드무냐는 질문에 "필수적 자질(necessities)이 결여된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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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컴패니스(Al Campanis, 1916~1998)는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출신 매니저로, LA 다저스 총감독(1968~1987)을 지내며 월드시리즈 4회 우승(74, 77, 78, 81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1981년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는 원정 두 경기를 포함 3연패한 뒤 4차전부터 내리 승리해 패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선수·감독 모두의 기량 덕이었지만, 최대 공로자는 단연 알 컴패니스였다. 그는 피부색과 국적 불문 오직 실력만 보고 선수를 발굴해 스카우트했다.
그의 명성을 단숨에 허물어뜨린 것도 단 한 마디 인종 차별 발언이었다. 메이저리그 인종 장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의 데뷔 40주년이던 1987년 4월 6일, ABC '나이트라인'과의 2분여 인터뷰에서 컴패니스는 왜 흑인 감독과 총감독이 드무냐는 질문에 "필수적 자질(necessities)이 결여된 탓"이라고 말했다. 흑인이 수영에 미숙한 게 "부력이 부족해서"라는 말도 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이의 뜻밖의 발언이어서 반향도 컸다. 이틀 뒤인 4월 8일 그는 총감독 직에서 해임됐다. 야구밖에 몰랐던 그는 그렇게 메이저리그에서 영원히 배제됐다.
그리스 에게해 섬 출신 부모에게서 이탈리아 국적을 얻어 태어난 그는 만 6세에 뉴욕으로 이주해 뉴욕대를 졸업하고 1943년 브루클린 다저스에 입단, 그리스계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몬트리올 로열스 숏스탑 시절 2루수 재키 로빈슨과 호흡을 맞춰 119게임을 치렀고, 브루클린 다저스 때도 다른 선수들이 기피할 때 오직 그만 로빈슨과 한 방을 쓰며 함께 연습했다.
이 사태 직후 수많은 이들이, 특히 흑인과 라틴계 선수들이 "내 평생 그보다 더 공정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그를 두둔했지만, 성난 민심은 그를 외면했다. 1년 뒤 인터뷰에서 컴패니스도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경력에 필요한 기회의 부족을 말하려던 거였다"고 해명했다. 그의 진실이 진지하게 재조명된 것은 그가 숨진 뒤였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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