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오세훈·박형준 '당선' 확정..민심은 무서웠다(종합2보)
대선 1년앞 정권교체 희망 본 野, '격랑 속으로' 與..오 대권주자 우뚝
(서울=뉴스1) 정당팀 = 국민의힘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권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은 1년만에 '정권심판'으로 180도 돌아섰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을 비롯해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공직자 투기 사태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고,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내로남불' 행태가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야권은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압도적인 시의회와의 협치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다.
◇오세훈 57.50%, 박형준 62.67%…국민의힘 압도적 승리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후보는 총 279만8788표(득표율 57.50%)를 얻어 190만7336표(득표율 39.18%)를 얻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89만1452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박 후보는 96만1576표(득표율 62.67%)를 얻어 52만8135표(득표율 34.42%)를 얻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43만3441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오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이날 오전 0시10분쯤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당선인사를 했다. 그는 "엄중한 책임감을 주체할 수 없다"며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신 것은 산적한 문제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란 지상명령으로 받들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후보는 이보다 이른 전날 오후 11시쯤 부산진구 선거 캠프에서 당선 소감을 전하며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의 그 마음을 시민을 섬기는 좋은 시정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의 당선은 서울과 부산 시민의 상식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당으로서의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라고 했다.
오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섰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이 단일화를 하고 시장선거에서 승리해 정권교체 교두보를 확보했지만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나 많은 과제가 놓여 있는데 우선 야권이 시정을 맡으면 겸허하면서도 유능하다는 것을 시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말이 끝나고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악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두 사람이 웃으며 마주하는 것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고생 많았다"고, 안 대표는 "감사하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민주당 박영선·김영춘 두 후보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박 후보는 전날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 여러분들께는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에 겸허하게 승복한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선관위는 이날 오후 2시쯤, 부산시선관위는 같은날 오전 11시쯤 당선자에게 당선증을 교부할 예정이다. 두 후보는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 시장 직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화두는 '정권심판'…MZ세대 야권 지지로 돌아서
두 후보의 당선이 향후 정국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두 후보 개인의 정치인생에서도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부터 종전의 관례를 깨뜨렸다. 이번 서울과 부산의 투표율(잠정)은 각 58.2%, 52.7%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보궐선거 투표율이 30~40%대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투표율이다.
이 같은 투표율은 '정권심판'이란 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 여당은 25번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화에 실패한 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 임직원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며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에 선거 막판 청와대와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내로남불'식 전셋값 상승이 터져 나오며 민심의 분노에 쐐기를 박았다.
기본적으로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치러졌다는 데서 그 어떠한 해명도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더구나 민주당은 보궐선거 사유를 제공할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고치면서까지 선거에 임하며 '거짓말' 프레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흐름으로 전통적 여권 지지층인 20대~40대도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 선거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는 확실히 야당 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40대는 때때로 야권 후보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 연출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젊은층의 민심이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1년 앞으로…국민의힘 '정권교체' 희망, 민주당 '격랑 속으로'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향후 정치권은 발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보수야권 정계개편에서 구심점으로 부상하며 채 1년이 남지 않은 대선에서 주도권을 쥘 공산이 크다.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합류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논의도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민주당은 깊은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연일 지지도 최저치를 경신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유지를 위한 묘수를 짜내는 데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차기 당대표를 뽑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당내 대선 구도에서는 선거를 지휘해온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타격을 받는 등 격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운영에서도 더는 국민의힘을 '패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에서 국민의힘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오세훈 '차차기 대권' 원동력…민주당 다수 시의회와 협치 당면 과제
오세훈·박형준 두 후보 개인적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선거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한 일종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줄곧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 오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차차기 대선에서 대권을 노릴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기자와 교수, 국회의원, 대통령 정무수석, 국회사무총장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박 후보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국민의힘의 또다른 인적 자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장 시의회와의 협치는 당면 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시의회는 시의원 109명 중 민주당 소속이 101명이다. 부산시의회는 47명의 시의원 중 3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주요 시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여당 소속 의원들과 논의가 불가피하다.
서울의 경우 국회의원 49명 중 41명,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오 후보의 시정 운영은 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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