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백신 수출 제한?

김민철 논설위원 2021. 4. 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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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종플루 팬데믹 때 유일한 치료제는 타미플루였다. 미국 길리어드가 1996년 개발했고, 스위스 로슈가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 생산할 때였다. 국내에도 신종플루가 퍼지는데 타미플루 비축분이 인구의 5% 분량에 불과했다. 불안 여론이 비등해지자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위급하면 특허 정지 조치를 내려 국내에서 복제약을 생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반발해 의약품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으로 실제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만물상 삽입

▶인도는 전 세계 백신의 약 60%를 만드는 ‘세계의 백신공장’이다. 그런 인도가 지난 3월 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수만명대로 급증하자 “국내 수요가 우선”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수출을 중단했다. 호주는 EU에 지난달 말까지 주기로 한 AZ 백신 310만회분을 달라고 항의하고 있다. 미국도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동원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 국민부터 맞고 보자'는 자국 우선주의가 퍼진 결과들이다.

▶우리 정부가 6일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뜻을 처음 밝혔다.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AZ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고, 노바백스 백신은 기술 이전 방식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AZ 백신의 수출을 제한하는 데 회의적이다. 혈전 등 AZ 백신의 품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무역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나라가 국제 무역질서를 무시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AZ 백신은 위탁생산이라 수출 금지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고, AZ가 원료 공급을 차단할 경우 실익도 없을 수 있다. 화이자 등 추가로 들어올 백신이 막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소탐하다 대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바백스는 사정이 좀 다르다.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술이전 방식이기 때문에 자국에서 우선 사용 조치를 취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임상에서 96.4%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 정부 검토 발언이 AZ가 아니라 노바백스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 등의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AZ 백신은 득보다 실이 클 것 같고 노바백스 백신을 겨냥한 것이라면 좀 이른 시기에 속내를 드러낸 것 같다. 지난해 백신 계약을 서둘렀으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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