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날 '吳 아내 납세 공고문' 붙인 선관위

선거 당일까지 편파 논란

4·7 재·보궐 선거 내내 공정성·중립성 시비에 휩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선거 당일까지 논란이 됐다. 선관위는 7일 서울의 모든 투표소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배우자의 납세액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부착했다. 야당은 “선거 마지막 날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선관위가 사실상 오세훈 낙선 운동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재·보궐선거일인 7일 서울 광진구 중곡2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배우자의 납세액을 바로잡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장련성 기자

이날 선관위가 투표소마다 부착한 ‘후보자 정보 공개 자료의 내용에 관한 공고’를 보면 “오세훈 후보 책자형 선거공보 정보공개 자료 중 세금 납부, 체납실적란의 배우자 납세액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오 후보 배우자가 실제로 1억1997만9000원의 세금을 납부했는데, 선거 공보물에는 이보다 30만2000원이 적은 1억1967만7000원의 납부액이 적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세훈 측은 “행정청에서 배우자 이름을 전산에 기록하는 과정 중 오류가 있어 세금 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체납 사실을 발견하고 즉시 납부했으며, 세금을 덜 낸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냈지만 신고 과정에서 빠뜨린 것일 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선관위 공고는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병우 서울시 중랑구 의원이 선관위에 이의를 신청하면서 비롯됐다. 이 의원은 “오 후보 배우자의 세금 납부 내역에 미기재된 것이 있다”는 취지로 이의 제기서를 제출했다. 선관위는 조사 끝에 지난 5일 이 의원 주장이 맞다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64조에 따라 공고문을 제작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서울시선관위가 5일 오후 6시부터 공고문 인쇄를 시작했고, 선거 전날인 6일 모든 투표소에 공고문이 배부됐다”며 “공고문은 모든 투표구마다 5개, 투표소마다 1개를 붙인다는 선거법 65조 13항에 따라 부착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 공고문에 적힌 편파적인 표현 때문에, 선관위가 유권자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고 야당은 비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는 7일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누락'이란 악의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민주당과 선관위의 의도된 2인3각 경기이자 심각한 부정선거”라고 했다. 실제로 공고문에 적힌 이의제기란에는 “배우자 소유 토지에 대한 재산세 납부 체납 실적을 누락함”이라고 적혀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선관위 결정 사항에는 누락이란 표현이 없지만,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공고문을 보면 오 후보가 세금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선관위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고 있다. 선관위가 선거법을 여권에 유리하게 적용한다는 주장이다.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제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유권자가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였다. 선관위는 또 친여(親與) 성향 교통방송(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선거 구호를 연상하게 하는 ‘합시다 사전투표’ 현수막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합시다’와 ‘합니다’는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야권에선 내년 대선에도 중립성 시비가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선관위 위원 9명 가운데 7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민주당이 임명한 인사다. 선관위 위원 임기는 6년인데, 이 7명 모두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돼 내년 3월 대선에서도 직을 유지한다.